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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Jun 23. 2024

본받고 싶은 미국 자원봉사 활동

어떤 형태로도 할 수 있는 자원봉사 시스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본받고 싶다거나 한국도 따라갔으면 하는 제도가 있다면 발런티어(자원봉사)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녀들 학교에서 또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발런티어 기회는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그 활동도 꼭 시간을 내서 활동을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다. 아이들 학교에서 원하는 발런티어는 세 가지 지 형태였다. 첫째, 자기 시간을 내서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 둘째 시간은 안되지만 물질적인 기여(돈, 물품)를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시간도 내기 힘들고 경제적 여유도 안 되지만 각종 행사 준비를 도와주는 것(집에서 행사 필요물품 만들기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이다 보니 부담도 훨씬 덜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한국에서 살면서는 자원봉사라는 단어 자체에 많은 부담감 또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직장을 다니기에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보니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초대하는 참관수업 같은 것만 해도 쓸데없이 맞벌이 부모 자녀만 기죽이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에는 맞벌이 가정이 적어 엄마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는 가정주부인 경우가 많은가?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맞벌이 가정이 많았을 뿐 아니라 이혼한 한부모 가정 비중도 꽤 있었다.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는 발런티어뿐만 아니라 부모 참석 행사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왜 이게 가능하냐면 미국의 대부분 직장에서는 자녀의 학교 행사는 물론 기상 문제 등으로 갑자기 일찍 하교하는 날조차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조기 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한 자녀 가정이 드물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인 한국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점이다. 자녀에게 일이 생겼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이 갖춰진다면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일도, 일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기 버거워 한 자녀만 낳는 일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방과 후 돌봄 기관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나의 ESL 수업 선생님도 발런티어다. 은퇴 후 무보수로 외국인,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무런 대가가 없지만 수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무료 수업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대단하다. 수업 자료는 물론이고 매주 영작 숙제도 꼼꼼히 첨삭해 주며 동네의 여러 정보를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본인도 이민자로서 영어가 능숙해지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발런티어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로 벌써 7~8년째가 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은퇴 후 너무나 멋진 모습으로 느껴졌다.  


'나 먹고살기에도 바쁜데 남한테까지 신경 쓰는 것은 사치 아닌가?' '남들 신경 쓰는 시간에 자기 계발 내지는 본인 가족에게 좀 더 신경 쓰지 그래?' 이런 생각들로 그동안의 인생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생각의 방향을 조금 달리하고 싶다. 타인을 위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내 인생 2막의 바람이다.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나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것 역시 핑계인가? 변명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래도 이러한 생각들을 염두에 두고 생활해 나가다 보면 적당한 때에 나에게 적당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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