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다양한 체험이라는 허울을 쓴 엄마의 욕심
미국에서는 여름 방학이 거의 3개월이다. 주마다 조금씩 시기나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6~8월 동안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겨울방학은 1주일 정도로 짧다. 맞벌이 가정 자녀뿐만 아니라 엄마가 가정주부인 경우에라도 일주일만 애들이 학교에 안 가고 집에만 있으면 먹거리며 청소며 참 심란하다. 하물며 장장 3개월 동안을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미국에는 서머 캠프라는 아이들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게 잘 준비되어 있었다.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아트, 음악, 과학 캠프에다 교회 캠프, 학교 캠프, 동네 YMCA 캠프 등등 가격대도 다양하고 Half day(반일), Full day(종일) 등 시간도 선택할 수 있다. 미국에 온 첫 해에는 아이들 학교에서 하는 캠프를 신청했는데 워낙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경쟁률이 치열했다. 방학기간중 9주 종일반 가격이 $325(약 40만 원)이었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다양한 체험이나 활동보다는 말 그대로 돌봄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다. 그냥 시간 때웠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보통 서머 캠프는 주별 단위로 프로그램이 짜여 결제하도록 돼 있어 중간에 일이 있어 몇 주 빠져도 되고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다녀도 된다. 단, 선결제 할인을 받을 수 없고 자리가 남아 있다는 보장 역시 없다는 게 단점이다. 첫 해에는 서머 캠프가 뭔지도 잘 모른 채 얼떨결에 학교 친구 따라 등록했다면 둘째 해는 좀 더 철저한 사전 조사로 야심 차게 준비해 봤다.
미국에서 4학년을 마친 쌍둥이 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3주간 동안 최대한 미국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일념 하에 첫 주 스포츠 캠프, 둘째 주 아트 캠프, 셋째 주 바이올린, 골프 캠프에 등록했다. 셋째 주는 각자 재능에 맞춰 캠프를 따로 다니게 했다. 스포츠 캠프는 종일반(6시간)으로 $150, 아트 캠프는 반일반(3시간)으로 $160, 바이올린 캠프는 하루 2시간 $150, 골프 캠프는 반일반(3시간) $375이다. 보통 기본 비용이 최소 주당 $150이니 총 방학 기간 11주를 꽉 채운다면 $1650(약 230만 원) 정도 든다. 한 아이당 가격이니 아이가 둘 이상인 가정이거나 조금 더 비싼 캠프를 등록한다면 기둥뿌리 뽑히는 건 시간 문제다.
운동을 싫어하는 우리 딸들이 조금이라도 친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등록한 스포츠 캠프는 가장 낮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체류시간도 너무 길고 1주일 만에 친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무리인 성격이다 보니 만족도가 높기 힘들었다. 아트 캠프는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프로그램이다. 평소 그리기, 만들기, 꾸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3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느낄 정도로 집중했고 하루에 하나씩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성취감도 컸다. 역시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린 캠프와 골프 캠프는 각자 떨어져서 좀 더 본인 재능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른 것인데 그리 나쁘진 않았다고 했다.
사실 아이들은 서머 캠프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방학이니까 집에서 빈둥거리며 자유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기어이 그들의 뜻을 꺾고 여러 캠프에 등록했다. 고작 1주일간의 프로그램들이었으니 정말 맛보기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 많은 돈을 들여가며 우리 아이들을 캠프에 보냈어야 했는가? 다 엄마의 욕심이다. 사실 미국에 온 것부터가 엄마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된 후에 엄마로서 나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할까?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 와서 살면서 정말 배워가길 바라는 것은 영어보다도 도전정신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 있게 도전하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미국살이를 권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