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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ice U Jun 21. 2024

미국에서 금전적 최대 실수를 하다

잘못이 아닌 실수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내 돈

한국으로의 귀국을 결정하고 이제 돌아가기까지 약 한 달이 남았다. 2년 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니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나는 참 치열하게 살았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며 때로는 좌절하고 아픈 시간도 있었지만 나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어 준 시간들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실 영주권 욕심이 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좋을 것 같았지만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기러기 문제, 남편까지 미국에 온다면 한국에서 하던 일을 이어갈 수는 없기에 다시 밑바닥부터 고생해야 할 일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기회를 활용해 보고 싶어 내가 다니던 한인 언론사에 영주권을 의뢰했으나 영세업체로서의 여러 한계를 드러내며 난색을 표명했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랄까. 한국에 돌아가는 게 우리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자 만료 4~5개월을 앞두고 귀국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기존 일하던 한인 라디오 방송국에 마지막 근무날짜를 알렸다. 그리고 이곳의 지인들과 친구들에게도 귀국날짜를 알리고 그동안의 고마움과 떠나는 아쉬움을 나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아파트 퇴거 과정에서 나는 미국에서 최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으레 나는 퇴거 30일 전 통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파트마다 관리 정책이 달랐고 우리 아파트는 퇴거 60일 이전 알림 조항이 있었다. 따라서 나머지 한 달 렌트비를 더 내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돈으로 260만 원(1900달러)을 생으로 날려버리다니 그동안 1만 원도 아껴 쓰며 알뜰히 생활해 온 지난날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린 심정이었다. 아파트 매니저에게도 문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열심히 한국에서 뒷바라지해 준 남편에게도 생돈을 날려버리다니 너무 미안하고 통지가 조금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한 달 렌트비를 날려버린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 속상해서 편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미국인 친구, 한국인 이민자 가정 등에 문의해 봤으나 딱히 구제받을 방법은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돈은 너무 아쉽게 됐지만 사기를 당하거나 사고가 나서 다친 것도 아니니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조언해 주었다.


맞았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난 단지 돈만 손해를 본 것뿐 인간관계나 건강 등 다른 것들에 피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지난 2년 동안 병원 한번 안 갔을 정도로 나와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건강하게 잘 생활했고 자동차 사고도 있을 뻔했지만 다행히 피해 가서 금전적으로 목돈이 필요한 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빨리 잊고 내가 처리해야 하는 다른 일에 집중해야 미국에서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이다.


상심에 빠져 있는 나를 보고 우리 딸이 건네는 말은 그중 최고였다. "엄마, 다시 일해서 그 돈 벌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그렇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 다시 직장으로 복직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축복인가. 속은 좀 쓰리지만 돈에 관한 인생 공부였다고 생각하자. 그 이후로 나는 식료품점에 갈 때마다 미국 로또인 메가밀리언이나 파워볼을 사고 있다. 또 누가 아는가. 나에게 로또 당첨의 행운이 찾아올지. 인생은 전화위복, 새옹지마다. 돈을 잃었으니 이제 돈이 들어올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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