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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부서진 곳을 치유해야 해

잠 못 드는 밤, 너에게 쓰는 편지

by 힐링서재 Mar 24. 2025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치유되는 건 없어. 세월이 흘러 잊을 수는 있어도,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만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는 없지,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서 부서진 곳을 치유해야 해. "

- 에단 호크, 『완전한 구원』


 상처가 너무 커서 들여다보기가 무서울 때가 있어. 덮어두고 외면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우리는 때때로 모르는 체하지. 그저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 지나가기를, 마치 없었던 일처럼 사라지기를 바라지만, 상처는 깊은 흉터로 남아 의도치 않은 순간 불쑥불쑥 존재감을 드러내.


 이 소설의 주인공 윌리엄 하딩은 열여덟 살에 찍은 첫 영화의 성공으로 32세인 지금까지 유명인의 삶을 살고 있어. 최고의 인기 팝스타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남 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꾸리지만, 느닷없이 찾아온 삶의 권태와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때늦은 방황을 시작해. 급기야 촬영을 위해 떠난 아프리카에서 젊은 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내. 그로 인해 평온했던 일상과 지금껏 쌓아 온 커리어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려. 언론은 그에게 연일 맹비난을 퍼붓고 아내는 그를 다시 받아줄 마음이 없어. 비난과 압박 속에서 갈피를 못 찾던 그는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결핍, 그리고 자신의 지난 잘못과 대면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그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거야.     


 우리가 비록 소설 속 주인공처럼 할리우드 대스타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잖아. 어처구니없는 잘못으로 스스로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기도 하지. 또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던 이들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해. 윌리엄 역시 한낱 불장난 같은 외도로 그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잖아. 그 역시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 말이야.

 우리는 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는 걸까? 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이다지도 아픈 걸까? 대체 우리는 왜 그럴까.      


 끊임없는 후회와 분노만으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때론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치열하게 들여다봐야 해. 그냥 덮어버리면 덧나기 마련이야.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곪아서 터지고 말 거야.

 지나간 상처를 자꾸 들춰보는 거 힘들지. 나도 알아. 아주 괴로울 거야.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야.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가장 힘든 순간에 불쑥 나타나 깊은 어둠으로 우리를 끌고 갈 거야.


 어찌 보면 삶은 끊임없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야. 항상 좋은 관계란 적당한 거리 안에서만 가능하잖아. 나는 그 ‘적당히’가 참 어렵더라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많이 사랑할수록 더욱 어려워.

 어릴 때는 내가 받은 상처만 보였어. 극복하지 못한 상처들이, 상처인지도 몰랐던 독화살이 내 심장에 꽂혀있더라고, 그걸 인지하는 순간, 가만히 들여다봤어. 때론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때론 눈물이 멈추질 않았지. 그런데 말이야. 내 상처를 보듬다 보면 내가 타인에게 준 상처도 보이더라. 우리는 그렇게 서로 주고 받으며 지금의 내가 되었나 봐.


 난 오늘도 다짐해. 상처받지 않기를. 그리고 상처 주지 않기를.     


 넌 어때? 세월에 묻어둔 상처가 있어?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조심히 열어 최대한 자세히 들여다봐.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서 부서진 곳을 치유하는 거야. 그렇게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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