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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연히 아름답고, 고고하게

잠 못 드는 밤, 너에게 쓰는 편지

by 힐링서재 Mar 25. 2025

 "세상에 예쁜 것들을 너에게 주렴. 물 같은 교양을, 바람 같은 사유를, 햇살 같은 마음을 자신에게 주면서, 박복희 너답게 살아.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도, 더러운 진창 속에서도 홀연히 아름답게. 필 때도 질 때도 꽃처럼."

-고수리, 『까멜리아 싸롱』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났어. 그래서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내내 너에게 들려주고 싶었어. 물 같은 교양과 바람 같은 사유, 햇살 같은 마음을 자신에게 주라니. 이처럼 고운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다 ‘피지도 않은 꽃’이라는 말이 봄비에 떨어지는 벚꽃 잎처럼 사뿐히 내 가슴에 내려앉았어.


 흔히 청춘을 활짝 핀 꽃에 비유하잖아. 기억나? 우리의 눈부셨던 청춘 말이야.  얼마 전 ‘꽃다운 내 청춘 언제 다 지나가 버렸나. 한탄하는 너에게 '우리도 아직 젊어.'라고 말했지. 그런데 아직 피지도 않았으면서 왜 져버린 꽃처럼 구냐는 에 갑자기 코끝이 찡한 걸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청춘은 다 져버렸다고  생각했나 봐.

 청춘이란 건, 젊음이란 건 대체 뭘까? 정말로 다 지나간 추억의 옛 노래 같은 걸까?

 그러기엔 우리의 청춘이 너무나 짧아 서글프지 않니?


 그러니 오늘부터 그 단어들의 정의를 다시 내리자. 청춘은 그냥 20대의 청춘, 30대의 청춘, 40대, 50대, 60대..., 80대의 청춘이 있을 뿐이야. 각기 다른 꽃이 필 뿐이지. 어때? 우리에겐 피울 꽃이 이토록 많이 남아있어. 이런 생각을 하니 나의 다음 꽃과 너의 다음 꽃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기대되기 시작했어. 얼마나 향기로울까.


 아니 어쩌면 우리는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 거나, 꽃 피우기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지지 않고 내내 피어 있었던 건지도 몰라.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거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드는 순간은 오직 생의 마지막 날에나 어울릴 법한 말이야. 안 그래?



 

소설 속 52세의 ‘박복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잃은 뒤 자신은 절대 행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야. 여느 날과 다름없는 출근길이었어. 매일 타던 열차가 도착한 곳은 첫눈이 내릴 때 문을 열어 동백꽃 필 무렵 문을 닫는다는 기묘한 다방, 까멜리아 싸롱이었지. 그렇게 복희는 기억나지 않는 열차사고로 인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49일 동안 머물게 돼. 그 생과 사의 순간에서 삶의 의미와 살아갈 이유를 되찾게 되지.   


 아마도 저자는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 이 문장을 들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지친 일상 속에 의미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박복희들에게 말이야.  


 친구야. 가슴 쫙 펴고, 고개 당당히 들고 매일을 축제처럼 살아가자. 생의 마지막  순간 후회할 일 없도록 말이야. 우리를 둘러싼 현실이 햇살 가득한 꽃밭이 아닐지라도, 척박한 아스팔트 틈에서도 꽃은 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 자신을 아끼고 보듬으면서 세상의 모든 예쁜 것들을 에게 주면서 그렇게 꽃 피우자. 홀연히 아름답고 고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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