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아니고.
잠시 쉬기로 결심했다. 연애 하려고 들이는 노력을, 그리고 연애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려 놓기로 했다.
최근에 우울이 심해졌고, 회복 중인 상태이다. 갖은 노력을 들이는 중이다. 그 자체로 너무 기특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 두달 전 잠수로 내 속을 뒤집어 뒀던 참 얼굴 하나는 잘생겼던 전남친(?)의 소식을 들었다. 나와 헤어진지 한달이 안된 시점에 여자 친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여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온갖 상상을 하게 됐다. 나랑 사귈 때부터 바람을 피운 걸까, 내가 그렇게 쉽게 대체된 걸까 등등.
사실 나도 그 사이에 여럿의 남자들과 썸을 탔기때문에 탓할 일은 아니고, 내 상상은 상상일 뿐 증거도 없다.
다 집어치우고. 기분은 좀 나쁜데, 상상하거나 되새김질할 가치가 없다.
지난 일이고, 어찌 되었든 그 사람이 보인 모습을 기준으로, 그 사람은 내게 의미있는 사람 혹은 나로부터 애정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해고 평가했는지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
나도 이 생각을 하던 찰나, 친구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소개팅 앱도, 연애도 좀 쉬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한달 정도만 생각했는데, 친구는 반년을 이야기 했다.
생각해 보면 한달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긴하다. 회복부터 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 회복된 마음 위에 이제 다시 건강하고 튼튼한 집을 새로 지어줘야 하니까. 지금은 마음 자체가 산산조각 났다가 응급 처치로 봉합 정도된 상태같다. 솔직히, 그냥 상대가 얼마나 못났든 잘났든 소개팅해서 거절 한번 당하면 또 산산조각 나 버릴 정도로 취약한 상태인 것 같긴하다.
다행히도, 쉴 용기가 난다. 사실 그 동안은 그럴 엄두가 안 났다. 빨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그 후 귀엽고 예쁜 아기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정답이고, 행복하고 완벽헌 삶이라고 은연 중에 생각하고, 강력히 믿고, 그 믿음에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팅 직후 우울증이 심해진 사건을 계기로 회복을 하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행복의 기준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그 기준만 충족하면 나는 행복할 수 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은 아니지만, 혼자든 둘이든, 행복할 수 있다. 잘 살아낼 수 있다.
인생의 과정은 다양하고,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건재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온전히 이해했다. 그만큼 아직은 내 내면이 더 단단하고 속이 차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은 내면에 상처와 무딘면이 많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나는 좀 상처 받아도 되고, 상처는 금방 회복 되는 거라고 어느 정도 믿었던 것 같다. 넌 괜찮다고.
그래서 연애를 쉬기로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요가를 하고, 나 스스로와 친해지는 데 시간과 노력을 더 들이기로 했다. 친구가 지금 소개팅앱과 이상한 남자에 들이는 내 에너지가 아깝다고 했는데, 전면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한달 생각했는데, 친구가 반년을 말하길래, 삼개월 정도로 생각 중이다.
그런데, 친구가 그런 조언을 해준 날, 회사 사수 분이 타로를 봐주셨는데, 놀라운 조언을 해주셨다. 연애를 올해는 쉬라고.
나는 아무것도 이야기한 게 없는데, 내 마음이 조급하다는 것도 카드를 보고 알아채셨다. 그런데 올해에는 괜찮은 남자를 만날 확률이 낮고, 지금 마음이 조급해 별로인 남자를 만나면 계속 마음 고생할 거라고 하셨다. 다행히도 내년에는 좋은 남자를 만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다 내려놓고, 연애를 일년은 쉬면 어떨까 싶다.
물론, 그 부분에 대해 스스로를 믿지는 못하겠다. 워낙 외로움과 공허함을 못 견뎌하니까.
어쨌든 한달은 무조건 소개팅앱은 절대 안할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내가 내 마음의 단단한 집을 새로 짓는 것을 방해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레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