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남의 실수
소개팅앱으로 한 사람을 만났다. 당분간 자제하려 했는데 너무 공허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좀 잘생기고 직업도 좋은 사람과 매칭이 됐다. 기대가 되면서도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잘생겼으니 기대는 되는데, 저런 사람은 옵션도 많을 거고 나를 그 중에 선택할 일도, 진지하고 다정한 성격을 보일 일도 적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나서 대화도 잘되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렇게 시간을 잘 보내고 헤어지고 나서 그에게 연락이 왔다! 반가웠다. 이러면 안되는데, 인정 받는 기분을 받아 버렸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어쩔 수 없이 저녁의 다른 소개팅을 나갔다. 낮에 만난 오빠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려 하고.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내가 저녁 소개팅남과 저녁을 먹던 중에 낮에 만난 오빠가 나한테 실수로 톡을 잘못 보냈는데 그게 카톡 오류로 나한테 미리보기로 떠 있었던 것이다. “저 지금 가고 있어요!” 이건 무조건 다른 소개팅 같았다. 굳이 지운 것도 그렇고.
그 톡을 보고는 그냥 장난치 듯 반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감흥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반응하니 그 오빠도 민망해 하며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렇게 톡으로 오분 정도 대화를 했다. 소개팅 중에 화장실 갔다 온 시간 정도였으려나.
나는 저녁 소개팅에서는 상대와 대화가 영 이어지질 않아 고전하다가 일찍 집에 들어온 상태였다. 그런데 낮 소개팅 오빠에게는 마지막 오분 톡을 끝으로 그날 밤도. 그 다음날도 다시는 답이 오지 않았다.
이게 왜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고, 가슴이 아플까?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가 나보다 더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버린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보다 더 예쁘겠지? 난 더 예쁘지 않지 왜? 난 왜 이 모양이지?
이 생각에 수면유도제룰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비상약을 두포 먹고야 고통에 몸부림치도 잠들었다.아침에 일어나니 한결 나았다. 포기 상태.
하지만 스스로애 대한 비하가 잘 멈춰지지가 않는다. 난 역시 안되는 걸까?
소개팅 앱이다 보니 동시에 여러명을 만나는 것은 나 또한 그렇고, 남도 그럴 거라고 이해는 하는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밀렸다는 느낌이 명확히 드니 상당히 고통스럽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걸까? 결혼을 해서 예쁜 아이들을 낳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점점.
당분간은 정말로 소개팅 앱을 안 쓰려고 한다. 상처가 누적이 되어서 회복이 잘 안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