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사랑하기 전에
지옥 같은 며칠을 보냈다. 일분 일초가 고통스러웠다. 그냥 잠들고 싶었다.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힘도 안 났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깊은 우울은 한번 만난 소개팅남으로부터의 거절때문이다. 소개팅남은 나와 소개팅 직후 연락을 주고 받다, 당일에 다른 소개팅을 연이어 나가는 것을 나에게 들키고 조금 지나 사라져 버렸다. 난 웃으며 넘어갔는데.
그때부터였다. 우울이 극심해졌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어이없어할 것이다. 한번만 본 사람을 보고 그렇게 반응한다고? 나도 갑갑하다.
왜 이럴까 고민하다 그것도 지쳤다.
그래도 버텨야 하니까, 이승이 낫다니까 일단 병원에 가서 약을 조정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나와 친해 지는 법”이라는 책인데, ‘아차’ 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완벽주의였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난 완벽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청소든 양치든 대충 대충 하고, 집도 대충 더럽게 살아도 난 좋으니까.
그런데 나는 늘 엄친딸이길 갈구해 왔던 것이다. 얼굴도 누구보더 예쁘고, 몸매도 좋고, 공부도 잘했고, 직업도 좋고. 어디에 내놓아도 우월하고 멋진 사람. 모든 면에서.
사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난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게 예쁜 김태희도 아니고, 서울대도 못 갔다. 그 동안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떻게든 난 완벽하게 만들고, 난 완벽하다는걸 증명하고 싶었다.
반면 스스로 알았다. 그렇게까지 예쁘지 않고, 똑똑하지 않다는 걸.
그래서 스스로가 싫었고,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했다. 내가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세상에서 가장 기뻤고, 반대로 인정 받지 못할 때 스스로 열등한 존재라며 자책하고 우울에 빠졌다.
당연하다. 항상 모두에게 인정 받을 수 없다.
그 소개팅남도 나를 인정하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일지 모른다. 그 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을 때 나에게 든 가장 첫 생각은 ‘두번째로 본 사람이 나보다 예뻤나보다. 난 왜 더 예쁘지 않지?’였다. 아무래도, 인정하기 싫은데 외모 컴플렉스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에서도 저자가 말했듯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해야만 행복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장점도 단점도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있고.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사실 연애 시장 결혼 시장에서 외모가 중요한 것도 맞지만 내가 그렇게 부족한 외모도 아니고, 상대의 대단한 외모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다.
결혼과 연애 시장에 들어가서 허우적댈 수록 연애라는 게, 내게는 내가 잘난 사람이란 걸 인정 받는 결과지처럼 여겨졌던 것 같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거절당하면 Fail. 그때마다 나는 실패자, 루저로 스스로 낙인 찍고, 내 인생 전체가 실패인 것처럼 생각하며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도 비슷했던 것 같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겁이 난다. 눈은 높은데 나는 그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서 결혼을 못하진 않을지 겁이 난다.
하지만 괜찮다고. 뭐가 됐든 불완전한 내 모습도 내 상태도 충분하고, 난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그렇게 나를 사랑해야, 누군가를 진정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연애 전의 썸을 자꾸만 평가의 과정으로만 여겼던 것 같다. 서로 평가하고 평가 당하고, 그리고 나능 무너지고.
그러니 나부터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