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헤어나오다
따뜻해진 봄바람의 기운때문이었을까. 두달 정도 쉬던 소개팅 앱을 다시 켰다. 이젠 누군가의 거절이나 평가에 덜 민감해져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한 몫했던 것 같다. 합리화였을까.
앱을 하는 동안은 매일 24시간 평가를 받는 것과도 같다. 사실이 그렇다. 내 프로필 카드가 노출이 되고, 어느 날은 높은 평가와 호감을 많이 받고, 어느날은 무엇도 없다. 이름도 “높은 평가”다. 서로 평가를 주고 받는 다는 게 이 앱의 전제인 것이다.
이상하게도 앱을 하고, 이성들을 만나거나 프로필들에 단순 노출되는 과정에서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실 연애를 안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앱을 시작하니 괜찮은 남자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고, 나를 좋아하는 괜찮은 남자는 더 없고, 시간이 지나면 난이도가 더 높아질 거란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잘 모르겠다.
조급해질 수록 앱을 더 자주 열고, 더 열심히 활동하고, 별로 마음에 아주 들지도 않고, 나이 차이도 열살 가까이 나는 사람의 호감도 수락해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최근 주말에는 이틀에 세명을 만나게 되어 버렸었다. 그런데 하루는 당일에 약속이 파토가 나면서 갑자기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져 버렸다.
이상했다. 이상하리만치 우울했다. 이렇게 좋은 봄날에 혼자 뭘 해도 즐겁지가 않았으니까. 나는 기본적으로 영상 매체에도 관심이 없다. 다 피곤하다. 그래서 누워서 계속 번개로 만날 남자를 소개팅 앱에서 찾았다. 그렇게 만남을 가졌고, 유쾌했지만 솔직히 끌림은 없었다.
그러고는 다음날 두개의 소개팅을 더 나가려니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다. 전날에는 에너지는 넘치는데 할 일이 없어 슬펐는데, 막상 약속이 있는 날에는 에너지가 부족했다. 그리고 뭔가 처음부터 마음에 막 들지는 않는 사람과 매칭을 해서 에너지가 더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기대가 안되고, 신이 안 나니까.
이런 나를 돌아보니, 지금 이대로는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조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연인을 찾는 길이 생각보다 장기전이 될 수도 있는데 매주 이렇게 애너지를 쏟을 수도 없다. 평일에 일 하기 위한 에너지를 주말에 채우는데 주말에 에너지를 다 쓰면 어쩌나.
이런 생각으로 집에서 혼자 쉬는 시간을 가지다가, 유명한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잛은 영상들을 많이 많이 접하게 됐다. 지금은 그게 내게 필요한 일이라 생각이 되어서 더 찾아 보았던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인생의 목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잘 기르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한 유명인의 말을 보며, 맞장구를 치긴 했는데 확신이 없다. 때마침 최근에 읽은 김형석 교수의 ‘고독이라는 병’에서 교수님은 여성의 어머니이자 아내로서의 역할과 운명을 강조했다. 전통적인 시각이 단지 전통일 뿐인지, 삶의 진리에 가까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러한 소중한 일련의 과정이 내게는 소망이라는 것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과 그것을 무조건 해내고 마는 것은 또 다르고, 어떻게 해내는지도 또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그냥 최악을 상상해 본다. 내가 연애도 못하고 결혼을 못해서 혼자 사는 상상. 그러려면 오래 오래 건강하고 팔다리 허리가 성해야 한다. 그래서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 그리고 또 내 밥 벌이는 어느 정도 하고, 부모님의 도움도 있으니 넉넉히 먹고 사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나는 명품에도 큰 관심도 없다. 그러니 최악이라 생각하는 상황이 되어도 나만 단단하면 괜찮을 거라고 되새긴다.
많이 단단해져 가는 중이다. 충동적인 행동도 덜하고, 마음챙김을 하며,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려 한다. 현재에 머물고, 세속적인 것들에 덜 집착하고, 불만을 덜어내곤 한다. 실제로 마음이 그렇게 먹어진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계속 반복해서 되새기며 마음을 그렇게 먹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요즘은 평온이라는 단어가 입에 잘 붙는다. 이 단어가 참 좋다. 참으로 갈망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아직 그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테일러 스위프트이 영상도 하나 봤는데, 인생이 우리에게 언제나 행복을 그냥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고, 그러니 때로는 우리가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에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 행복은 부와 명예, 외적인 것으로 진정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리라.
그리고 언제나 스스로의 편이 되어 주라는 말과,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절대하지 말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행복까진 아니고, 그냥 좀 더 평온했으면 좋겠다.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