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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olli Sep 25. 2022

해외에서 사업을 삼세번 말아먹었습니다

누가 삼세번 좋아하는 한국인 아니랄까 봐…

한 번도 아닌 세 번을, 그것도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대차게 말아먹다니…

그 과정은 이러했다.


리장에 정착할 무렵 계획한 첫 번째 사업은 부동산 투자 겸 개발이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 시골 마을에 있는 땅을 30년 임차하여 객잔(중국식 숙박시설)을 짓고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동시에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하려는 그런 플랜이었다.

아직 많이 개발이 되지 않았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었고, 리장 시내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으며 임대료 또한 합리적이었다.


나는 일부 지분 투자 형식으로 이 사업에 합류했다. 고상하게 커피를 내리고 브런치를 만드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관련 책과 투자금을 바리바리 싸들고 리장에 도착했다.


그게 10년 전, 하지만 처음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공사는 진척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곳은 아직까지 ‘땅’인 상태이다. 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리장에 정착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려 했던 내 계획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그때 그곳에 감자라도 심었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하여간 이것이 첫 번째 사건.


아름다운 동네로의 연착륙을 예상하며 먼 곳으로 날아왔으나 날개 하나 잘린 채로 착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은 흘러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 혼자라도 벽돌을 하나씩 나르며 집을 지어볼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이미 운영 중인 객잔으로 눈을 돌렸다. ‘땅’ 상태인 첫 번째 함정에 비해 이곳은 무려 땅 위에 집도 있고, 방도 있고, 침대도 있고, 모든 것이 있었다.


이곳을 임대하기 위해 투자금을 일부 넣은 후, 청소부터 시작했다. 뭔가 할 일이 생겨서 좋았다. 그 때 공동 투자자는 본인이 객잔에 직접 살면서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수익 정산에 대해 여러 번 묻고 회신을 기다리던 어느 날 그가 한국으로 귀국해버렸다는 사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투자이기 전에 너무 좋아하던 공간이었다. 리장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던 공간이 없어지면서 마음 둘 곳이 없어졌다. 가져왔던 돈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땅과 객잔에 투자했던 마을 전경


이제는 마지막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온 듯싶었다. 마침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 물건 특히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였다. 한국 화장품 가게를 열기로 했다. 이번에는 오로지 혼자서. 내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모든 일을 진행하기로 맘먹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패착은  가게를 열면서 위층에 있는 식당에 같이 투자했던 . 한국식 치킨은 인기였고,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하던 사람들이  명씩 사라졌다.


본시 동업이란 힘든 것. 의견이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도 있고 그런 것. 하지만 얼떨결에 한국 식당까지 맡아서 하게 된 나는 매일같이 허덕였다. 몸과 마음이 양쪽으로 나눠지니 당연히 화장품 샵과 식당 양쪽 매출은 나란히 하락하고 있었다.


파인 다이닝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들이 실질적으로는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방송 출연과 홈쇼핑에서 번 돈을 식당에 투자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나곤 한다. 물론 나는 수준 높은 음식을 만드는 셰프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여러 명의 직원이 있는 식당의 사장이었으니까. 투잡, 쓰리잡을 뛰며 직원들의 월급을 간신히 맞춰야 했다.


오픈 당시에는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여기저기서 돈 끌어다 막기를 몇 년, 이미 식당에 대한 나의 애정은 식었고, 한국 음식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도 식어가고 있었다. 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세 번째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짧게 글로 썼지만 8년이라는 긴 시간이었고,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솔직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성은 하고 있다. 그래서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덤비고 보는 과오는 앞으로 범하지 않을 듯싶다.

또한 누군가를 원망했던 적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누군가가 내 팔목 질질 끌고 와서 강요한 적은 없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다. 결정은 내가 했으니 우선 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업 계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업계획서. 예전에 회사 다녔던 경험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진행하는 일들이 상호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고, 무엇보다 자본이 아닌 공부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기획했다.


의외로 맨 땅에 헤딩하면서 시작했던 일들은 성과가 좋았다. 사람을 믿고 돈을 투자하며 진행했던 일들보다 나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일들은 더 확실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다.


비록 해외 생활 연착륙에는 실패했지만, 빠르게 가려던 비행기에서 내려 천천히 파도에 몸을 맡기는 배로 갈아탄 이후 나의 배는 순항하고 있다. 방향키는 내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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