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olli Oct 28. 2022

늦게 배운 쪼는 맛

나는 사람을 정말 잘 믿는 편이다. 이게 괜찮은 사업이라면 '아~ 네~',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아~ 네~'. 그 결과는 이전 글에서 쓴 것과 같다.

하지만 단점인 줄만 알았던 사람 잘 믿는 성격 덕분에 인생의 대전환이 일어날 줄이야…


모든 오프라인 사업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하릴없이 유튜브나 보고 있던 어느 날, 누군가 ‘지금이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고 말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유튜버 ‘신사임당'님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누구나 한 달에 천만 원은 벌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시엔 사기꾼이라며 헐뜯는 사람들도 많았다지만 나는 ‘아, 정말요?’ 하고 바로 믿어버렸다. 게다가 자본금이 거의 안 든다는데, 안 해볼 이유가 없겠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과정을 주변에 알렸다면 지인들 모두가 뜯어말렸을 것이다. 또 사람 말 쉽게 믿는다며 쯧쯧거림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었다.


더불어 장점인지 단점인지 판단이  되는   다른 성격은 호기심이 굉장히 강하다는 인데, 쉽게 표현하자면 궁금하면 직접 해봐야 성에 차는 스타일. 일단 저지르고 나머지는 공부하면서 수습하기. 그래서 바로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했다.


 개의 물건을 쇼핑몰에 올려놓긴 했지만 솔직히 ‘이게 정말 된다고?’ 의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는데, 어느   구매가 일어났고 네이버에서  문자를 받던 그날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첫마디는 ‘ 고객님,  샀지?’였고,  번째는 ‘이제 뭘 해야하지?'였다. 이후 반년이 되지 않아  매출은 천만 원이 넘었고, 현재는 10 정도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는 동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늦게 배운 쪼는 맛이랄까… 이 '핸드폰 쪼기'는 내게 재능 따위는 전혀 없는 화투에 비해 승률도 좋다.


우선 전날의 실적을 확인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지마켓, 옥션, 11번가, 위메프 등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일이 시스템에 로그인해서 구매 수량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자동 주문 수집 및 배송 프로세스를 한국에 있는 3PL(3자 물류, 풀필먼트) 업체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문 건은 숫자를 바라보며 지긋이 미소 지으면 오늘 내 업무는 끝. 고객 문의 또는 반품 등의 CS만 처리하면 된다.


해외 구매 대행으로 운영하는 쇼핑몰도 있는데,  경우는 품이 조금  들기는 하지만, 재고 없이 운영할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있다. 또한 나는 현지 제조업체들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는 편이고, 중국 사업자와 중국은행 계좌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판매자들보다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나의 속도에 맞춰서 한두 달은 열심히 일하고 다른 한두 달은 조금 여유 있게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 쇼핑몰도 두 개 오픈했다. 중국 온라인 시장은 한국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편, 아직까지는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판매건수 0이 찍힌 날도 실망스럽지는 않다. 한국에서 쇼핑몰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키워나갈 궁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리고 마치 한 장으로 여러 번의 당첨 기회를 주는 방식의 복권처럼 나의 하루는 여러 번의 당첨 기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 다음 패를 쪼러 갈 차례이다.


다음으로는 전 날의 제휴 마케팅 성과를 조회한다. 한국(쿠팡 파트너스 외), 중국(알리 익스프레스 어필리에이트), 미국(아마존 어필리에이트) 여러 국적의 회사에서 나에게 보고서를 보낸다.

최근에는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느라 제휴 마케팅은 두 달 이상 진행하지 않은 듯싶은데, 그래도 누군가는 내가 온라인 세상 어딘가에 뿌려놓은 링크를 따라 구매를 하거나 정보를 찾아보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의 빵가루처럼 그 흔적은 남아 있고, 그 길은 내가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안정화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회사(그렇게 표현하려고 한다) 구글.

현재 구글 검색에 노출되는 여러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애드센스를 통해서 광고를 클릭하면 그 블로그 글을 쓴 나에게 일정액의 광고료를 지급한다. 내가 궁금했던 정보들을 찾아보고 정리해 놓으면 나 같은 사람들이 와서 읽고 가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도 쓰고 있다. 역시 호기심 많은 나에게 적당한 일감이라는 생각이다.


최근에 시작한 유튜브는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지만, 수익은 가장 적은 플랫폼 이기는 하다. 하지만 구독자가 한 명씩 늘 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공간이다. 해외 생활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채널에서는 내가 직접 등장하지만 다른 두 개의 채널은 얼굴이나 목소리를 공개하지 않고 정보나 재미를 전달하는 채널로 키워가고 있다. 구글은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매일 유튜브 스튜디오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고수익을 버는 유명 유튜버가 되기는 힘들듯 싶으나, 일단 수익 창출 단계를 넘어섰다는 자체가 나로서는 너무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서 앞으로 만들어나갈 재미있는 소재들이 쌓이고 있어서 늘 설렌다.


위 일들을 진행하면서 나만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중요도, 가능성, 난이도, 시의성, 여러 부분을 조합해서 순차적으로 하나씩 파이프를 만들어 왔고, 모든 파이프라인이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연계성을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하고 있다.


부캐만 수두룩하게 만들어 놓은 SNS도 이제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하고, 메인 페이지만 덩그러니 있는 홈페이지 몇 개도 수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일찍이 워런 버핏 선생님은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셨다는데 나는 왜 이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을까?

하긴 죽을 때까지 안 잘리고 일하고 싶은 게 소망이었던 평범한 회사원이 그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었을 리가…

이전 10화 해외에서 사업을 삼세번 말아먹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