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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olli Oct 14. 2022

직장인 2대 허언증 극복기

퇴사했고요, 유튜브 합니다.

[인트로]

직장인 2대 허언증 들어보셨나요? 

‘나 퇴사할 거다’, ‘나 유튜브 할 거다’. 여러분, 그 어려운걸 제가 해냈습니다!

퇴사한 이야기는 여기에 있고요, 

https://brunch.co.kr/@curiousx/1

유튜버가 된 이야기는 곧 시작됩니다(영상 아니 글 끝까지 봐주시길 부탁 드립…)



[본영상 아니 본문]

유튜버가 되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다. 

특히 어려운 단계는 첫 영상을 올리는 것, 그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은 채널명을 짓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과정에서 포기한다고 들었고, 나 또한 채널명을 정하는데 약 두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여러 단어들을 조합해서 이렇게 붙여보고, 저렇게 나눠보고, 영어로 쓰면 있어 보이려나? 중국에 살고 있으니 그 부분을 강조해야 할까? 

아무래도 앞으로 만들 영상의 페르소나와 아이덴티티를 우선 규정하고, 장기적인 퍼스널 브랜딩을 염두에 두며, 누구나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독특한 채널명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뭘로 하지?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두 달 후에 내린 결론은, 그냥 아무렇게나 대충 짓자. 


이 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유튜브를 통해 해낸 일들 중 가장 칭찬해줄 만한 일이다. 안 그랬으면 나는 지금까지 채널명을 고민하고 있었을 테니.

그리고 솔직히 나는 ‘슈카월드’, ‘신사임당’, ‘빠니보틀’ 이런 채널보다 ‘리장 팅팅’이라는 ‘채널명’이 특별히 형편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부분이 상당히 부족할 뿐. 

(위 문장은 리장 팅팅 채널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혜택도 받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채널명을 짓고, 채널을 만들었으니 이제 첫 영상을 올려야 하는데, 다시 고민에 빠졌다. 퇴사 후 차마고도에서 살고 있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다. 

차마고도 영상이니까 일단 말을 섭외해야겠다. 말 위에 올라타서 보이차를 마시는 것은 어떨까? 미장센 완벽하겠는걸? 그래, 말을 타고 산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방의 후예를 만나는 것으로 플롯 구성을 해봐야겠다.

하지만 이번에도 빠른 결론, 대충 그간의 사진이랑 영상을 짜깁기 해서 만들어보자. 


유튜브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렵다는 두 가지 단계를 넘어섰으니 이제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차례이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느라 간과했던 문제. ‘아, 그런데 영상편집은 어떻게 하는 거지?’

하지만 이번에는 위 두 과정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다. 유튜브를 하는 방법은 유튜브에 모두 나와 있었다. 

‘10분 만에 배우는 프리미어 프로’ 이런 제목의 영상을 찾아보고 바로 편집을 시작했다. 

나 어릴 적에는 최소 일주일은 배웠어야 하는데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기억하시는 분?) 세상이 정말 좋아진 듯싶다.


유튜버가 별건가. 첫 영상을 올렸으니 나는 유튜버가 되었고, 그다음에 내가 한 일은 벽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내 채널은 곧 10만 구독자를 달성할 것이고 구글에서 우리 집 주소를 물어볼 것이므로, 미리 실버 버튼 놓을 장소를 마련해둬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거실이 좋을 것 같았다. 우선 지인들이 찾아올 때 자랑하기에 좋고, 마침 벽에 구멍이 두 개 뚫려있어서 나중에 골드 버튼이랑 나란히 걸어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니, 사무실로 쓰고 있는 공간이 나아 보이기도 했다. 데스크톱 옆에 놓아두면 편집하기 싫을 때 동기부여가 되어 주지 않을까? 아니면 침실 머리맡에 놓고 꼭 껴안고 잘까? 

실버 버튼 전시 공간을 위해 가구 배치까지 머릿속으로 수차례 들었다 엎었다 하는 사이에 시간은 일 년이 조금 지났다. 

그리하여 오늘까지의 영상 개수는 60개, 구독자 수는 무려 1,440명. 1,440M이면 정말 좋았겠지만 1,440명.


지금까지의 성과는 작고 소소하지만 유튜버가 되어서 좋은 점은 정말 많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한 건 남기고 싶어서였다. 퇴사, 해외 이주 후 십 년이 지났고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간 마음속에는 감동과 기쁨, 행복과 환희 뿐만 아니라 불안과 초조, 우울과 좌절도 있었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어졌고 지금은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스스로를 유튜버라고 규정하고 나면 가끔 지루하거나 생동감 없는 일상에 활력이 생기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도 ‘와 이거 유튜브 각 인데!’를 외치며 핸드폰을 꺼내 들면 늘 다니던 길들도 다르게 보인다. 삶의 사소한 것들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달까.

귀차니즘에 빠져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갑자기 여행 영상을 찍어볼까 하며 적극적으로 배낭을 꾸려보기도 하고, 먹방 술방 영상을 찍어볼까 하며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기회도 많아졌다.


영상 잘 봤다는 구독자분들의 댓글은 정말 유튜버를 춤추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음달쯤에는 첫 수익도 입금될 듯 싶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앞으로 98,560명의 구독자만 더 생기면 비어 있는 저 벽에 반짝이는 실버 버튼을 걸 수 있다는 것.


[아웃트로]

지금 유튜브를 고민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일단 도전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막상 시작하면 채널명 짓기, 첫 영상 올리기, 편집 배우기, 모두 생각만큼 어렵지 않아요. 단, 절대로 카메라부터 사지 마시고요, 지금 손에 핸드폰 있으시잖아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나 자신은 다시 보지 못하는 첫 영상, 혹시 저 대신 봐주실 분 있으시면...

https://youtu.be/uZO6BVqak2A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무명 유튜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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