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dolli Oct 29. 2022

내가 선택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

회사 다닐 때의 경험


보고서를 작성할 때 나는 A안을 주장하고 싶은데, 팀장급 이상에서는 무조건 B안으로 결정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고민하다가 결국 A안과 B안의 순서를 바꾸곤 했다. 상사들이 좋아할 만한 안을 A에 놓았다.

그분들의 생각을 미리 짐작하고 맞추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여러 번 꺾인 후에 체득하게 된 업무 스킬이라고 하겠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기 회사도 아니면서) 그게 그렇게 속상해서 동료들과 술을 한잔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술에 취하면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빙의했다.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며 중얼거렸다. 내일 아침 대표이사 집무실 문을 두드린 후 ‘이 건은 이렇게 진행해야 합니다’라고 대리 나부랭이 주제에 대차게 나불거려보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실행한 적은 없다)


회사 만들었을 때의 경험


퇴사하고 내 일을 시작한 이후 정말 기뻤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건 큰 계약을 체결했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그 계약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였다. 좋은 기회였지만 장기적인 관점, 동종업계 분위기 등을 생각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라고 나에게 컨택이 들어온 고객사를 내 경쟁사에 보내주었다. 직장인이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회사의 수익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겠다는 보고서를 승인해줄 경영진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나에 대한 평판은 좋아졌고, 그 계약으로 인해 얻었을 수익보다 더 큰 수익도 얻게 되었다.


계약(돈)을 포기했는데 나는 왜 기분이 좋지? 내가 욕심이 너무 없는 건가? 고민하다가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원했던 것은 단순히 높은 연봉이 아니라 자율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비록 ‘포기’라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이랑 인터넷으로 자료만 찾아볼래, 오늘은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산책할래, 오늘은 밤새워 일해볼래. 이런 나만의 루틴 설계가 가능한 삶.

이 일은 내 성향이랑 맞지 않으니까 하지 않을래, 이 일은 해본 적은 없지만 재미있어 보이니까 오늘부터 공부해서 한 달 후에 시작해볼래, 이런 나만의 방향성 설계가 가능한 삶.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도 그 방향과 속도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쇼핑몰을 운영하다 보면 온라인상으로 여러 고객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물론 진상 손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해주는 고객님들을 더 많이 만난다. 그중 기억나는 한 분은 제품과 서비스에 너무 만족한다며 톡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사장님~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보다 훨씬 따뜻하고 진심이 담긴 인사로 느껴져서 미소가 번졌다. 나 또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 훨씬 더 진심과 진정성이 담긴 인사를 전했다.


물론 조금만 일하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될 뿐 아니라 나 스스로의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단지 내가 원하는 핵심은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하는 프리 워커로서의 삶이다.

고객님의 인사가 나에게는 “사장님~ 원하는 방식대로 일하고 많이 버세요~~”로 들려서 순간 너무 포근한 만족감이 밀려왔다.


내가 선택한 방향, 내가 선택한 속도로 살고 싶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답을 찾은 이후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매일 되새김질하고 있다.

이전 13화 N잡러로 사는 게 취향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