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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olli Oct 28. 2022

새옹지마 현실 버전, 그게 저예요

세상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한다고 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주인공인 변방의 노인께서 하신 말씀이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고 했고, 석가모니는 우주의 모든 사물은 항상 변하기에 한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다고 했으며 (제행무상, 諸行無常 ), 내 경우에도 그러했다.


[사건1]

산이 좋아서 리장으로 왔으니 산은 마음껏 다녀야지 생각했다. 첫 5천 미터급 등반에서 고산에 올랐다가 발에 동상을 입어서 발톱 다섯 개가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발이 퉁퉁 부어서 신발을 신을 수 없고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한국으로 향했다. 한번 동상에 걸리면 매년 겨울 후유증이 있다던데 걱정이 컸다.


- 긍정적인 면 : 새 살이 차 오르다가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그것이 발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경험해보신 분? 놀라웠다. 인체의 신비를 느꼈다. 말 못 할 고민이었던 발톱 무좀도 새 살이 돋으면서 상당히 호전되었다.

겨울에 산에서 동상 걸리고 발톱이 채 돋아나기도 전에 봄에 다시 산에 가던 시절


[사건2]

 오른손에는 골절 수술로 인한 철심이 아직 박혀있다. 철심 빼내는 시기를 놓쳐서 이제는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한단다. 리장에    년여 만에 정의감에 불타서 17 1 싸웠던 그날 발생한 사고인데 (믿거나 말거나), 하여간 어디 가서 ‘내가 소싯적에 말이지하고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풀어낼  요긴하게 쓰고 있는 흉터이다.

소위 ‘복서 골절’이라는, 권투 선수들에게서 흔히 발생되는 골절인데(=중년 여성에게선 쉽게 발견되지 않는 골절인데) 손날 부분의 뼈라서 대부분 작게 부서지고 따라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골절이라고 한다. 엑스레이를 보면 철판과 나사가 조각난 뼈들을 꼭 잡고 있다.


- 긍정적인 면 : 같은 곳을 또 다치면 그때는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짐했다. 착하게 살기로. 정말 나쁜 사람을 만나도 왼손으로만 혼내주기로. 착해지는 건 좋은 거다.


[사건3]

한국에 들어간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갔다. 골절 정도가 심각하니 당일 바로 수술을 하자고 해서 보험사에 연락했는데, 보험료가 체납되어서 지난달부터 보험계약의 효력이 정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이메일 확인 안 한 지 얼마나 됐더라…' 내 잘못이었다. 생돈 들여서 수술을 마쳤고,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자 통증이 밀려왔다. 손의 통증도 통증이지만 마음의 통증은 더 심했다. 당시 보험금 납입액이 천오백만 원 정도였는데, 해지하면 삼백만 원 정도를 돌려준다고 했다.


- 긍정적인 면 : 홧김에 십 년 가까이 납입했던 보험 계약을 해지했고, 나는 당시 없는 살림에 삼백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사건4]

수술 후 실밥은 제거했으나 깁스는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국에 급한 일정이 잡혀서 다시 들어와야 했다.

현지 병원이 너무 무서워서 내 오른손의 깁스를 제거하는 일은 내 왼손한테 부탁했다. 그리고 나서야 실밥 제거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수술을 했던 꽤나 크고 유명한 병원의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했더니 실밥이 보이면 현지 병원에 가서 제거하라고 한다. 빼내지 않으면 곪아서 일이 커질 수도 있으니 꼭 제거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는 중국 시골 마을이라고요!”

현지 병원이 너무 무서워서 이번에는 실밥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요청보다는 간곡한 부탁 혹은 사정사정에 가깝게 ‘부디 내 몸 안에서 큰 탈 없이 잘 살아가 주길…’


- 긍정적인 면 : 그 실밥들은 다행히 내 피와 살과 좋은 관계를 맺고 지내는 것 같다. 내 성격뿐만 아니라 몸 상태도 ENFP인 것 같아서 기분이 더 ENFP 해졌다. 앞으로도 실, 피, 살, 여러분들의 끈끈한 우정 변치 마시길…


[사건5]

중국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모 산악잡지에 중국 주재기자가 되어 원고를 쓰고 있었다. 또한 본격적으로 여행 가이드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다. 그리고 퇴직금은 조금씩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렌즈만 100만 원이 넘는 성능 좋은 DSLR 카메라를 구매했다.

한 달 후 나는 실수로 택시 안에 '전쟁터 나갈 때 쓸 총'을 놓고 내렸고, 하필 우리 아파트 CCTV는 고장 나서 차량번호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 긍정적인 면 : 다행히 이후로 잡지사의 기고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기사는 쓸 수 있지만 사진 퀄리티는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부연 설명을 준비해 놓았지만 써먹을 일이 없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내 곁에서 약 한 달간 머무르다 떠난 저 카메라



이 외에도 열거할 수 없는 정말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주식 이야기는 삼가하겠습니다) 지나고 난 후의 내 생각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속상해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해봤자 걱정만큼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에 적은 이야기는 웃픈 스토리였지만 이것이 내 삶의 태도인 것은 분명하다. 운이 좋거나 운이 안 좋을 때도, 일이 잘 풀리거나 일이 안 풀릴 때도 최선을 다해서 내 감정이 상황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괜찮다 괜찮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주는 것.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고민되는 순간마다 '너는 대책 없는 긍정주의자야'라고 말했던 어린 시절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대책을 세우며 낙관을 해보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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