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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olli Oct 13. 2022

당신의 문해력을 테스트해보시겠습니까?

한국에서 문해력 논쟁이 한동안 이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자어 어렵고요, 뜻을 모를 수 있죠. 하지만 본인의 해석이 맞다고 단정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하는 태도에는 다소 놀랐습니다.


‘사흘’, ‘심심한 사과’ 이런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사실 저도 문해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한국을 떠난 지 어언 10년, 사용하는 단어량이 급속히 줄어듭니다. 외국에 오래 살고 계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텐데요,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어버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한동안 김치찌개보다 활자가 더 그리웠고, 그래서 이렇게 부족한 문장력으로나마 아득바득 글쓰기를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국의 문해력 논쟁을 보면서 우리 동네의 문자를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리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 쓰이고 있는 상형문자가 있는데요, 동파문자(东巴文字)라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 벽화의 상형문자가 생각나시나요? 귀여움 레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글자입니다. 나시족(현지 소수민족)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리다(画, 화)’라는 표현을 쓰면 바로 지적을 받습니다. "이건 ‘쓴다(写, 시에)‘라고 말해야 해."


리장 고성을 비롯한 중요 장소에서는 한자와 더불어 의무적으로 동파문자를 병기하게 되어 있고요, 맥도널드, KFC, 스타벅스 또한 이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보아하니 저 KFC라는 곳은 닭을 잘라서 음식을 만드는 곳인 것 같네요


동파문자는 직관적이며 유추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졸라맨(당시 사람들은 날씬했나 봅니다)이 한 명이면 사람, 남녀가 같이 있으면 부부, 남녀 위에 지붕이 있으면 가족, 이런 식이죠.

우리말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면, 동파문자에서는 ‘낫 놓고 낫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야 할 듯싶습니다.


물론 글자 수가 약 1,400자 밖에 되지 않아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에 한계가 있고 현대 기준으로 완벽한 문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토속 신앙인 동파교의 제사장들에 의해 전해져 왔기 때문에 종교 및 자연에 관련된 단어가 많고요.

우리 동네에는 이런 포스 넘치는 화가, 아니 서예가분들이 많으십니다.


당시의 농경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단어들은 매우 섬세해서 글자들을 보고 있으면 당시 생활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집 앞을 나설 때 미리 횃불을 준비한다면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동파문자를 만나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모국어가 무엇이든, 교육 과정에서 배운 언어가 무엇이든, 이 동파문자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맨 위에 있는 글자가 '뱀조심' 이라고 읽히는 건 제 상상력의 빈약함 때문이겠죠?


문해력이라는 것은 이런 것 아닐까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전체 문맥 속에서 그 뜻을 유추해본다거나 기존의 경험을 끌어모아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는 것.




그런 의미에서 함께 문해력 테스트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STEP 1] 상형 문자는 처음이실 테니 해석하는 팁을 알려드릴게요.


아래 네개의 글자가 뜻하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첫 번째 글자는 '나'입니다.

조금 어려우셨나요? 왼쪽부터 ‘나’, ‘너’, ‘우리’, ‘친구’라는 글자입니다.

머리 위에 월계관 같은 것을 얹어서 귀한 너를 표현하고 서로 손을 둥글게 잡고 우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방향을 바라보는 두 사람을 친구라고 하네요.


그리고 아래 글자들은 저 친구들과 함께 살았을 친구들입니다.

제일 왼쪽은 집에서 같이 살았던 동물들(강아지, 고양이, 닭), 아주 멀리 가면 만날 수 있었던 동물들(코뿔소, 코끼리), 곤충들과 날아다니는 동물까지 특징별로 모아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 간의 만남은 중요했겠죠. 서로 만나서 사랑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 과정은 이렇게 적으면 됩니다.

왼쪽부터 ‘좋아한다(왠지 살랑살랑 썸 타는 모습이 느껴져서 흐뭇해지네요)’, ‘짝사랑한다’, ‘서로 사랑한다’, ‘임신하다(사랑하다 다음에 바로 임신하다 단어가 나오는 것, 출산율 하락을 걱정하는 현시대 우리나라에선 비약이 있는 전개이지만 하여간 당시에는 그러했다고 합니다)


[STEP 2]  자, 이제 위에서 익힌 해석법을 기초로 아래 문제를 풀어보세요


문제 1

가장 왼쪽은 '앉아있다'라는 뜻입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는 무슨 뜻 일까요?

왼쪽에서 세 번째는 ‘뚱뚱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럼 네 번째는 무슨 뜻일까요?

(정답 : 서있다, 날씬하다)


문제 2

가장 왼쪽은 '말하다', 두 번째는 '웃다', 세 번째는 '노래하다'라는 뜻입니다.

마지막 단어는 무슨 뜻일까요?

(정답 : (노래하며) 춤추다)


문제 3

자, 이제 최고 난이도 문제가 출제됩니다. 

아래 글자 중에서 사흘과 나흘을 고르시고, 각각 며칠을 뜻하는지 적으세요.

(왼쪽 :                ,  오른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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