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정신이 곧 시대정신
그렇다면,
(*제가 보고 겪은, 그리고 지금 한탄스러운 일부-일부였는데 보편이 된- 교육현장과 교육종사자들을 향한, 그것에 바보처럼 속는 부모들에 대한 안타까운 제 속내를 이해해주시기 바라며 진정한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교육종사자와 아이의 꿈을 지지하는 부모들께는 누가 되는 글이 아니길 바랍니다.)
군대간 아들이 지난 일요일 휴가를 나와 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지낸다. 없던 녀석이 옆에 있으니 좋으면서도 살짝 내 일상이 지장받는 느낌도 든다. 어른이 된지 2년째 되는 아들에게서 약간의 어른의 향이 나기도 하고 2년전 연년생 두녀석 다 어른으로 진입시킨 후 '어른의 어른'이어야 한다는 또 다른 차원의 내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 나도 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두 녀석은 나보다 의지가 강하고 나보다 자신의 삶에 철저하다.
한예종다니는 딸은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자기의 놀거리를 결코 양보치 않고 며칠 전 일본여행을 훌쩍 떠나더니 오자마자 학교로 곧장 직행. 계획하기도 즉흥적이기도 하지만 훌쩍훌쩍 어디론가 잘 놀러가고 그러면서도 자기 자리에서의 역할이나 책임에 빈틈이 없다. 4학년인 지금까지 수업 한번 빼먹은 적이 없고 대학가서는 용돈을 준 적이 없으니 알바에 연주에, 그래도 과대표까지 도맡아하면서 성적이나 레슨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다.
미국에서 수의학을 공부중인 아들은 군대 2년을 그 동안 공부로 인해 못했던 자기개발의 시기로 삼았다. 이제 50%정도 남은 군생활동안 자기가 목표한 바대로 읽어야 할 책들을 읽고, 목표한대로 몸을 만들것이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180이 넘는 키에 딱 맞는 몸을 만들겠다며 매일 3키로를 뛰고 8년뒤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다더니 지금껏 맥주 1잔 마시지 않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그렇다고 게임을 안하거나 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루종일 게임을 하고(심지어 오늘은 종로에 게임을 보러 간단다)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다니고 즐길 건 다 즐긴다.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키운 아이들이다. 사실 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 음악과 유학, 게다가 수의학의 길을 두 녀석이 가고 있다. 어찌저찌 여기까지 여러 운과 기적들을 경험하며 여기까지 우리는 와 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니
학교교육에, 학원에, 이러저러한 강사들의 구린 강의에 속지 않았다.
6학년에 음악을 시작한 아이는 처음 만난 선생님밑에서 그 흔한 홀레슨이나 과외한번없이 지금껏 배우며 기적처럼 예원에서 서울예고, 한예종까지를 스스로의 삶으로 가져갔고 15살 어린 나이에 파충류를 배우고 싶다고 느닷없이 미국으로 떠난 아들도 엄마인 내가 한번도 가주지 않았음에도 그 많은 아이들이 퇴학당하고 중도포기했지만 아들은 혼자(아들은 꽤 이름있는 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갔고 실제 그 학교에 한국인은 아들 혼자다) 살아 남아 그 어려운 공부에서도 상위 1%에 속한 성적을 자기 삶으로 가져갔다.
(참고 :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자식자랑하는 팔불출같은 글을 쓰는 것으로 오해하고 욕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식자랑이 아니라 속지 말라는 당부를 하기 위함이다.
세상속에서 남들처럼 가면 남들같은 결과만 낸다고 말하고 싶은게다.
미리 재단하고 안되겠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뜻, 꿈을 따르니 어찌해서라도 뜻이 길을 내어줌을 말하고자 하는 게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학원보내고 강의듣고, 부모교육 어쩌고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부모의 자녀들이 직장인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자기꿈을 꿔보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게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꿈을 위해 의지와 성실, 타협없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의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나 스스로의 삶을 되짚는 게다.
선생의 구린내나는 속내에,
교육의 정규분포가 주는 함정에,
남들이 입내풍기며 말하는 구설에,
세상이 다림질로 잠시 펼쳐둔 꼬부랑길에.
인생이 불꽃놀이삼아 잠시 반짝이는 위장과 변장에.
사회의 경쟁 마당에 임하거들랑 인생의 진두에 나서라!
결코 남의 구사(驅使)를 달게 받는 가축이 되지 말라.
상대를 압도하는 용자가 되라!(주)는 옛시인의 충고를 가슴에 품고 잠시 귀기울여보라.
미래에서 현실을 보는 지각있는 눈,
현실에서 연역해내는 논리적인 이성,
진심어린 침울과 아첨하는 열정을 구분짓는 초감각.
이것이 없다면
나의 어리석음의 대가를 내 자녀가 치를 것이니.....
불편한, 불안한, 두려운, 막막한.. 이 모든 형용사들이 날 강타했던 지난 시간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마음을 부여잡고 아이들을 세상으로 내보낸 에미의 지난 십수년을 어찌 글로 표현하겠냐마는... 삶이 통째로 바뀐듯한 나의 지난 댓가의 보상이 아이들에게서 드러나는 것 같아 이제 나는 나의 '어른이 된 두녀석'을 믿고 나는 '그들의 어른'이 되는 길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숙제에 전념하련다.
어른처럼 구는 게 아니라 숫자에게조차 인정받을만한 어른이 되어야 할 때다.
아이앞에서 어른이 될 무기는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어른에게서 어른이 될 무기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드러날테니
내게는 더 어려운, 하지만 자식을 위해 해내야 할 숙제가 남겨졌다는 것을 안다.
누가누가 자신의 의지를 현실로 증명하느냐! 에 대해!
주> 인생찬가, 롱펠로, 혜원출판사
* 부모라면 누구나 함께 공부하고 자신의 굳은 인식을 깨고 새로운 지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https://guhnyulwon.liveklass.com/classes
[지담북살롱]
[지담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