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잔설들은 조금 남았지만 한낮은 그늘에 숨어 땅으로 스며들기를 거부하는 잔설에게 아량을 베풀 요량이 전혀 없는 듯 10도를 웃도는 따뜻한 기온으로 움츠러든 내 어깨마저 활짝 펴게 하고선 자꾸만 날 밖으로 불러낸다.
이제 슬슬 자전거를 타고 저~어기 멀리까지 나가도 되겠지? 싶은 순간!
아~~ 신난다!!!
또 신난다!!!
그래서 그냥 신나는 기분으로 오랜만에 저~~어기 마을을 벗어나 흑천가까지 걸었다.
흑천도 다 녹았다.
오리도, 물고기도 다 돌아왔다.
꽝꽝 얼었던 이 한겨울, 얘네들은 어디 있다가 다시 나타났는지 물었는데 답이 없다.
내 귀가 먹었는지 녀석들이 나를 무시하는 건지.ㅠ.ㅠ
얘네들 덕에 강도 바빠졌다.
마을 버스정류장 근처 꽤 넓은 땅은 마을 주민들을 위한 황토길을 조성중이다. 맨발로 걸을 수 있게 한다는데 시골은 여기서의 첫 겨울을 잘 보낸 날 위해 또 선물을 준비중이다! 또 신난다! 여기저기에 선물투성이다!
나의 겨울, 겨울잠을 제대로 영글게 하여 봄을 맞았는지 나에게 묻는다.
겨울잠을 자며 곰은 새끼를 출산하고
겨울잠을 자며 나무들도 새로운 싹을 돋우듯
나도 겨울내내 새로운 봄을 위한 화학변화를 충분히 가져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깨어나야 할 때다.
지난 12/5일 [엄마의 유산]을 출간하고 1/18,25일 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하루 10~15시간을 글과 [엄마의 유산 계승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다. 계획이 없었던 것인데 창조되었다.
화학적 숙면은 이제 본격적인 행보로 진입해야 한다.
난생 처음 만난 글벗들이 모두 각자의 삶을 녹여 엄마/아빠의 유산을 쓰고 있다. 모두 함께 인문학공부, 글쓰기 공부로 기본기를 다시 단단하게 다지며 글의 맥락을 잡았고 이제 따뜻한 봄, 더 힘차게 노를 저을 준비를 마쳤다.
몇몇 작가들은 자신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누군가는 브런치작가에 도전하여 모두 1번에 성공, 자신의 삶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함께 하는 대다수의 브런치 작가들이 구독자 100명 이상의 증가추세를 보이며 브런치스토리 메인을 매일 장식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기존의 써오던 습관을 탈피, 새로운 쟝르에 도전중이다.
나도 그렇다.
엄마/아빠의 유산 계승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또 계획에 없던 2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한 집필에 들어갔다.
이 정도면 겨울잠을 자는 내내 충분한 화학변화가 이뤄진 것이 자명하다.
신난 나는 한겨울 멈췄던 황토길 공사를 위한 흙더미 가득인 흑천가 옆으로 아무도 산책하지 않는 산책로를 신나게 걷는다.
조용히 걸을 때와 신나게 걸을 때.
걸음은 같다.
걷는 길도, 땅을 밟는 발도 다 같다.
흑천도, 산책길도, 마을도 다 그대로다.
하지만 움직임없는 곳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시선은
내 눈이나 행동이 아니라 대부분 정신의 변화에 유리하다.
사고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정지한 듯 그대로인 이 곳에서 나의 정신은 활발하게 활동한다.
아마도 유독 신이 난 걸음은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밀을 나만 알아낸 듯한 야릇한 쾌감때문이리라.
자연이 주는 더할나위없는 풍요로움속에서 결코 고갈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을 탐구했던 지난 겨울. 자연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이 고정된 순환 속에서 수많은 글벗들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예기치 않게 서로 섞여 용해되고 융화되는 하루하루의 치열함 역시 내 걸음을 신나게 이끈 동력이 되었으리라.
나무도 긴 화학변화로 신나게 싹을 틔우고
새들도 긴 화학변화로 신나게 땅위로 내려왔고
대지도 긴 화학변화로 신나게 겨울을 갈무리하고
강물도 긴 화학변화로 신나게 마치 지각이라도 할새라 자기갈길로 내리달린다.
나도 이들과 더불어 걷고 달린다.
잠시 흙더미에 잡혔던 눈길을 나는 흑천으로 돌렸다. 물흐르는 소리가 내 시선을 돌려준 것이다. 황토길을 맨발로 걷는 상상이 내 시선과 감정을 부여잡으려 애썼지만 헛수고였다. 흑천이 흐르는 소리에 나는 감각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발길도 그리로 내딛고 있었으니.
흑천가로 내려갔다.
물수제비는 못한다.
그냥 작은 돌맹이 하나를 물에 살짝 던졌다.
수파(水波)...
작은 원은 점점 동그라미를 키우고 사라진다.
또 던졌다.
또 작은 원은 점점 동그라미를 키우더니
방금 사라지려던 동심원의 끝과 맞닿으며 사라진다.
돌이 물에 점을 찍으면 잔잔하던 수면엔 원이 생기고
처음 탄생한 원은 물의 도움으로 더 큰 원이 되어 물길을 낸다.
그러다가 물과 돌은 하나가 되어 강의 지형을 바꾸자 협심한다.
우리도 그렇다.
나와 너가 처음 눈길을 주고 받고 하나의 목표에 점을 찍었다.
그렇게 처음이 두번, 세번이 되니 거대한 둥근 고리가 만들어지고
둥근고리는 점점 커져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소용돌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딱 그만큼 세상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변하지 않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인식을 깨느라
누군가는 없는 지식을 넣느라
누군가는 지식을 너머 초월된 영성을 느끼느라
또 누군가는 그것을 위해 기존의 글을 파괴하느라
우리는 이렇게
자신만의 의식적 겨울로 무의식적 화학변화를 만들었고
그렇게
작은 원 하나가 더 크게 동심원을 그리더니 여러개의 고리로 연결되었다.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만의 추위에 웅크렸던 지난 시간들은
돌에 맞은 물이 동심원으로 수파를 만들 듯
지식의 욕구에 맞은 인식의 타격이 지성의 둥근고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동화(同化)의 파동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고 정신을 열고 눈을 뜨고 글을 쓰는 한
우리가 이어가고자 하는 계승은
모두에게 생명이다.
너와 내가.
벌써..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함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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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5:00a.m. ['성공'과 '부'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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