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에 대하여
나는 습관적으로 하늘을 자주 바라본다.
갈망에 대한 갈구가 간절할 때,
자유에의 추구로 저 위의 손길이 필요할 때,
자만과 겸손 사이 내 심정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벅찬 가슴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올 때,
부족한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이유가 절실하게 알고플 때,
현상에 체념하며 예정된 조화에 순응할 때,
아픈 가슴 풀어낼 곳 없어 가슴으로 눈물지을 때...
내 모든 비밀과 신비를 품은
나의 신앙이자
어머니의 자궁이며
본성의 자아이다.
하늘과 나 사이 구름이 장막을 치면
하늘은 빛으로 내게 존재를 드러낸다.
그 때...
들리는 소리...
구름에 가려진 내가 보이지 않았느냐?
내 여기 있으니 두려워말고 걸어라.
네가 준비되면 나는 너의 믿음대로 네게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주)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존재는 네게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존재한다.
강렬하게 널 향해 내 의지 붓고 있으니
너 또한 그러해야 하리라.
너의 깊은 곳으로부터의 심광(深光)을,
너의 맑은 곳으로부터의 혼광(魂光)을,
네 정수리로부터 내게로 비춰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하지 않으면
나의 강렬함이 너를 땅에 뉘일 것이며
나 또한 너의 허약함으로 밝음을 잃을 것이다.
그러니 불안해 말고 나를 도와라.
그러니 의심없이 나도 널 향한다.
그러니 분절없이 우리는 하나다.
구름에 가려진 내가 보이지 않는다 고개저으며 찾지 말고
구름이 날 가렸다 고개 떨구며 좌절 말고
땅위에 너 혼자라 고개 흔들며 눈물 흘리지 마라.
내 의도는 너를 통해 전해지리라.
내 의지는 너를 통해 구현되리라.
내 모습은 너를 통해 말이 되리라.
내 의도된 의지와 모습.
그 것이
너의 '역할'이다.
현실에서 행하는 정신과 신체활동.
지금 이 순간 네가 해야 할 몫.
바로 네가 지금 마땅히 해내려는 그 '역할'이
나의 뜻이며 조화를 위해 내가 명한 네 몫이다.
네 의지를 꺾어버리는 나의 내밀한 설계,
네 자유를 스스로 구속케하는 나의 자정작용.
네 고통을 가치롭게 변화시키는 예정된 조화.
너의 '역할'이 품은 의미란
바로 그런 것이다.
너는 장차 그렇게 될 모습처럼 성스럽다.
네가 준비되자마자 나는 나를 네게 쏟아부을 것이다(주).
주> 너는 장차 그렇게 될 모습처럼 성스럽다.
그대가 준비되자마자 신께서는 자신을 그대안에 쏟아붓게 될 것이다.
- 올더스헉슬리(영원의 철학, 김영사)의 문장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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