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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강화? 약점강화? 무엇이 효율적일까?

by 지담

인간은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고 약점이 있지.

제 아무리 팔방미인이라 하더라도 분명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고

이도저도 다 잘 하는 것 같아도 한 곳은 영~ 허당이고

이래저래 잘도 해내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은 아~ 무리 해도 흉내조차 낼 수 없고

요리조리 잘 피해가는 것 같지만 제 다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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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것은 너무 잘 하는 것 같은데 디테일한 것엔 약해.

형이상학적인 그림은 잘 그리지만 형이하학적인 숫자나 이론에도 약하고

감(感)으로 결을 만드는 건 탁월하다 소리를 듣는데 융통성이 없지.


우리 아들은 성실하고 근면해.

맡은 것은 끝까지 해내는 근성도 탁월해.

반면, 고지식하고 유연하지 못하지.

우리 딸은 바지런하고 호기심도 많고 원하는 것은 끝까지 해내고야 말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루두루 잊고 잃어가는 것들을 세심히 살피지 못하지.

물론, 너희들을 그저 옆에서 지켜본 엄마의 편견일 수 있어.


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어, 누구나.

이제부터 장점을 강점이라고, 단점을 약점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그냥! 느낌이 더 확실한 듯해서!


흔한 말로, 강점강화.라고 하지?

강점을 강화시키는 것이 역량을 키우고 결과를 이루는 데에 더 효율적이라고들 해.

그렇다면, 어떻게 강점을 강화시킬 지 우리 하나하나 잘근잘근 씹어가며 얘기해보자.


강점을 강화시키려면 일단

내 강점이 있어야겠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우선되어야겠네.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넌 00이 큰 장점이야'라고 해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다! 스스로가 그것을 강점이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도 많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자기에게는 늘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라서 무관심하지.


엄마가 매일 새벽에 책을 읽으니 남들은 엄마에게 '꾸준함'이 강점이라고 해. 근데 엄마는 잘 모르겠어. 늘 하던 것이라서 그냥 익숙하거든. 또 고개를 젖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다른 이와 비교해서 강점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지. 가령, 엄마에게 3년간 매일 글 1편씩 쓰는 걸 보니 호기심과 창의력이 강점이라고 남들이 말해줄 때 엄마는 고개를 저었거든. '(어떤) 작가는 30년을 했다는데 3년은 아무 것도 아니죠.'라고 말이야.


자, 자신의 강점은

자신이 무관심하게 평소에 늘 하는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단다. 그리고,

아주 높은 수준에서 (누군가 또는 무언가)와 스스로 비교하고 있다면 그것이 강점일 수 있어.

높은 고지까지 오르려는 포부와 욕구가 존재하니까 지금은 강점이 아닌 것 같아도 분명 강점으로 키워질 가능성아 아주 농후하지.


강점을 발견하고 뭔지 알았다면

강점을 키워야겠지?

자, 여기엔 말이야...

신비로운 역학관계가 존재한단다.


0점 맞다가 50점까지 끌어올리는 게 쉽겠니?

90점이 100점까지 올리는 게 쉽겠니?

음식을 못하던 사람이 된장찌개 끓이기가 쉽겠니?

잘 끓이는 된장찌개에 자기만의 비법을 만드는 게 쉽겠니?

무조건 후자쪽이겠지.


잘 들어 봐. 네 친구는 늘 100점을 맞는데 넌 항상 98, 99점이야. 남들은 아무리 잘했다고, 수학천재라고 칭찬해도 넌 귀에 들리지도 않아. 오로지 100점을 맞아야 한다는 생각에 네가 못채운 숫자, 1,2점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겠지. 자, 넌 그 1,2점을 만회하기 위해 더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집을 풀기도 하고, 혹여 있을 수 있는 실수에 대비하려고 집중력에도 신경 쓸거야. 그러다가 넌 발견하겠지. 아하! 수학능력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100점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집중에 해가 됐구나!'를 깨우치며 능력 너머의 성향에서 그 비밀 하나를 찾아내기도 하겠지?


그러니까, 강점은

부족, 미완, 보충... 그러니까 네 약점을 기어이 발견해 내고야 만단다.

강점은 약점에 의해서만 키워져.

어떠니? 강점강화의 신비로운 역학관계.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서 강점이 아닌, 약점을 발견해 내야만 하지.


우리의 힘은 우리의 약점에서 자란다.(중략)

안이와 편리의 방석에 앉아 있노라면 그도 저절로 잠이 든다.

충격을 받고는 고뇌하고, 패배할 때에 그는 비로소 무엇인가 배울 기회를 잡게 된다(주).


어쩌면 강점을 더 큰 강점으로 키워내야 하는 것은

약점을 강점으로 키우는 것보다 훨씬 난해하고 힘겨운 과정일 수 있어.


잘 하는 것을 키우는 것은 의도적으로 의지를 보태지 않는 한 필요성도 잘 못 느껴. 잘 하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거든.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하나(One)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모든 것들을 두루 키워내. 바로 강점을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약점들 덕이야. 그 약점들이 삶의 다른 곳곳에서도 상당한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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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난 강점이 없는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르거나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강점을 강점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비교에 의해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오인하고 있거나. 여하튼 강점없는 사람은 없어. 있으니 발견하면 돼.


강점을 발견하려면?

엄마는 스스로를 '자발적 사회부적응자'라고 규정하고 살았단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껄끄럽고 가치나 정체성에 대해서도 부침이나 이질감이 컸고 그것들을 겉으로는 표하지 않아야 했기에 속이 많이 곪기도 했고 '이해관계' 속에서 엄마 스스로를 잃어가는 느낌도 잦았고 골프나 등산과 같은 다같이 어울리는 자리는 엄마 취향에 맞지도 않았었어. 그래서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즐거워하는 책과 글로 놀아보니 남들은 모두 '그렇게 매일 똑같이 재미없고 힘들겠다'고 하는데 엄마는 놀라워! '너무 재밌어요! 매일 놀아요! 사는 게 놀이예요!'라고 말하거든!


엄마의 약점에서 엄마의 강점이 발견된거야.

누구나 마찬가지일걸!


어떤 이는 소외감을 느낄 때 상당히 참기가 힘들대.

그래서 사람들에게 신뢰가 높다!

또 어떤 이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너무 어렵대.

자기만 다른 세상 속 사람같다고.

그래서 그 분은 소설을 써.

또 사회의 부정의에 울분을 토하는 분은

자기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자책으로 스스로를 몰아갔지.

그러다가 그 분은 오히려 제 3세계로 눈을 돌려 그들과 새로운 사업을 펼쳤어.


아이야...

강점은 약점에서 발견된단다...


누구나 그가 진리와 씨름을 한 뒤가 아니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자기 단점으로 고생을 하고 나서, 자기에게 없는 장점을 결국 극복하여 얻은 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인간의 장점과 단점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주).


그러니 자신의 약점이 남들에게 흉잡힐까봐, 식상하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까봐 우려하지 않아도 돼. 너의 약점은 결코 남들에게 이익이 아니라 너 자신에게 이익이 된단 말이지. 네가 네 강점을 더 강화시키거나 강점을 찾아내려 약점과 분투하고 투쟁하고 승리하는 과정에서 넌 몰랐던 너만의 위력을 갖게 되니까. 그러니,


길게 멀리 보렴.

남들에게 비난 또는 못난 사람 취급을 받은

그 약점으로 인해

칭찬이나 인정받은 강점보다 훨씬 나은 결과가 만들어져.


이렇게 어렵게 내지 재미나게 키워낸 강점인데

강점을 지켜내려면?


우화속에 나오는 수사슴은 제 뿔을 칭찬하고 제 다리를 욕했는데,

사냥개가 왔을 때에는 그 다리 덕분에 살고,

그 뒤에는 도리어 뿔이 가지에 걸려서 죽었다(주).


아이야,

당연한 얘기를 계속 말해서 미안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단다.

그런데, 어렵겠지만 그 약점에 제발 감사해라.

강점을 키워내는 것도 약점의 덕이잖아.


약점 덕에 넌

'도전'이라는 시도를 할 것이고

'극복'이라는 쾌감도 맛볼 것이고

'새로움'이라는 변화도 갖게 될 것이잖아.


강점을 지켜내는 방법은 단 하나!

약점을 기꺼이 인정하고 강점으로 바꿔나가는 과정만이 강점을 지켜내는 비결이란다.

기존의 강점은 더 강한 강점으로 살이 찌고 피가 돌겠지.

기존의 약점은 새로운 강점으로 살이 붙고 근육을 만들겠지.

기존의 강점과 새로운 강점이 만나면?

모르지!!

결코 알 수 없는 너만의 울트라강점이 탄생하겠지.


그러니,

강점을 지속적으로 키워내는 방법도,

강점을 지켜내는 방법도,

새로운 강점을 찾아내는 방법도

모두 1가지면 되는 것 같아.


약점!

약점을 찾아서 강점으로 키워내는 것!


결과적으로,

강점강화.라는 삶의 효율을 위해

약점강화.가 필요한 것이더구나.


역시 양극은 맞닿아 있어.

역시 신비로운 역학관계는 패러독스(Paradox)의 진리였어.

역시 한쪽을 강화하기 위해선 맞은 편의 힘이 요구되었어.


선은 악에 의해서, 빛은 어둠에 의해서, 정의는 부정에 의해서

가치를 더하고 더 날카롭게 다듬어지고 그 영역을 세밀하게 넓혀가듯

강점 역시 약점에 의해서 가치가 더해지고 더 뾰족하게 탁월한 강점이 되고 그 영역도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면서도 확장되는 것이야.


아이야.

강점이다, 약점이다.

구분짓지 말자.


잘 하는 게 있으면 못 하는 것도 인정하는 네가 되렴.

때론 잘 하는 것으로 먹고 살고

때론 못 하는 것으로 득을 보고

때론 잘 나갈 때 화를 입고

때론 못 나갈 때 화를 면하기도 한단다.


그저 구분짓지 말고 모든 너를, 너의 모두를 사랑하렴...

왜냐면.

강점이든 약점이든.

모두 네게 필요해서 준비된 힘이거든.

그러니 너 스스로 너의 약점을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마라.

그러니 너 스스로 너의 강점을 찬양하거나 우러르지 마라.


수사슴이 다리 덕에 살고 뿔에 의해 죽었듯

너의 과잉과 부족은 항상 대칭에 존재하니

너를 위해 힘이 되도록 사용하렴.


주> 랄프왈도에머슨, 자기신뢰철학, 동서문화사


# 이제 성인이 된 2아이를 위해 2년간 쓴 30통의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https://guhnyulwon.com/

KakaoTalk_20241204_20160155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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