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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강해져라

by 지담


# [엄마의 유산]은 성년이 된 아이에게 쓰는 편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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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자본주의에 사니까 '돈'없이는 못 살지.

누군가는 '돈'으로 인간의 갈등 90%가 없어진다고 하더구나.

가만... 생각하니 맞는 말 같아.


돈은 깊은 사랑을 실체화시킬 수도, 목숨을 살릴 수도, 개인적으로는 자부심과 자신감, 시도, 실패에의 복구 등 모든 것들에 있어 중요하지. 돈이 사랑도 만들지만 철천지 원수도 만들잖니. 자본주의에서 '돈'은 귀한 자원이란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기울어지거나 쓰러질 삶의 무언가, 어떤 시기를 일으켜 세울 요소 중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지.


우리나라의 금융교육의 부재는 어쩌면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하는 모순을 낳았어. 시도보다는 안정을 택한 많은 젊은 친구들이 매달 정해진 '월급'이 통장으로 따박따박 들어오는 생활을 위해 꿈을 포기해. 엄마는 너희 둘에게 결코 '안정'에 길들여지지 말라고 늘 말해왔던 것 같아. 성공을 위해선 '불편함'을 택해야 한단다.


무섭고 겁이 나더라도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아라.
불편한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라.
성장과 편안함은 공존하지 않는다(주1).


모든 것을 유기체로 보는 엄마의 관점때문이겠지만

엄마는

돈을 쫒는 사람은 오히려 돈을 잃고

돈이 쫒는 사람은 오히려 돈을 얻는다고 믿어.


네가 뭔가를 막 쫒아가면 앞서 가는 그것은 더 막 멀리 달아나겠지? 잡힐 듯 잡히지 않게 말야. 그런데 네게 뭔가가 막 쫒아와 봐. 네가 그보다 강하고 빠르기 때문에 네게 선택권이 있어. 뒤돌아서서 딱 잡아버릴 수도 있고 싫으면 빨리 달리면 되고!


돈도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자체생명력으로 자가증식을 한단다. 그래서 돈도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를 귀하게 여기고 귀하게 써주는 이에게서 증식(주2)해. 이 지면에 거론하진 못하겠지만 너희들이 알다시피 엄마도 이런 경험을 누누히 했잖아. 그러니 너희도 충분히 성현의 가르침에 동감하리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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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에게 어려서부터 흔히 말하는 공돈, 가령 어른들께 받은 용돈이나 세배돈과 같은 뜻하지 않은 돈이 들어오면 차곡차곡 모으게 했지. 순간 뭔가 사고 싶은 충동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모으게 했지. 너희들이 갖고 싶은 것은 엄마아빠가 충분히 사줄 수 있고 안 사줄 때는 또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니까 말야. 너희들이 청소년이 되면서부터 너희들 생일 또는 어떤 기념일에는 그저 한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너희의 미래를 위해 우린 종자돈을 만들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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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이 흐르고 너희가 오늘 새벽 '돈의 증식'에 놀라면서 톡을 보냈어.

우선 엄마랑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

넣고 잊어버리고 넣고 잊어버리고^^

그런 '의식적 무관심'은 돈이 네게서 편안하게 안주하며 새끼도 낳게 하지.

나~~ 중에 정말 요긴하게, 꼭 필요할 때 목돈으로 쓰자.고 했던 약속 잘 지켜주니 고맙다.


20대 중후반이 되면 엄마도 너희들에게 지원하지 않을거야. 너희들이 직업을 갖고 집을 구하고 리*이는 악기를 구입한다던가 뭔가 목돈이 들어갈 일이 살면서는 꼭 있는데 그 때 돈이 모자라서 쩔쩔 매는 게 아니라 이렇게 불려진 돈의 일정부분을 찾아 사용하면서 너희 스스로 재테크라는 것을 할 줄 알게 되길 바래.


'돈', 더 나아가 '부(富)'에 대해 엄마는 철학자들을 통해 배웠어.

너무 많은 부와 돈에 대한 정보가 있겠지만 엄마는 항상 뭔가를 배울 때 근원이 되는 진리와 속성을 아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 그 바탕에서 정보를, 노하우들을 들으면 바른 길로 가겠지만 근원이 없으면 아무렇게나 시시때때로 길을 걷다 헤매다를 반복하겠지.


엄마는 사실 오래된 고서나 철학자들의 글에서는 돈을 돌 쳐다보듯 하라고 언급할 줄 알았어.

그런데 놀랍게도 아니었어.


적어도 엄마가 읽은 몽테뉴, 발타자르그라시안, 쇼펜하우어, 크세노폰(키루스), 그리고 루크레티우스, 에피쿠로스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의 삶, 인간을 위한 윤리, 도덕률, 그리고 경제적 부를 연관지어 설파했고 특히, 폭군 네로의 스승인 세네카(Seneca, Lücius Annaeus) 부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함께 명예로운 부를 추구하라고 엄마의 관념을 깨주었어. 또한, '자본주의에서의 부'에 대한 기초지식을 엄마에게 알려준 랄프왈도에머슨(Ralph Waldo Emerson) 인간은 부자가 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인간이라면 누구나 자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어.


한마디로,

대다수의 철학자들이 오히려 건강한 부, 현명한 부, 공정한 부를 추구하라고 강조하더구나.


https://brunch.co.kr/brunchbook/philowealth


많은 이들이 돈을 터부시하는데 부자들은 그렇지 않더라구.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아끼고 풍요롭지만 소박한 삶을 사는,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잉여로서 타인에게도 기여하는 '진정한 부자'를 엄마는 알게 되면서 '돈'을 터부시하는 엄마의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어.


40년이 넘도록 금융공부라곤 1도 해보지 않은 엄마잖아. 그냥 버는대로 아껴서 저축하고, 적금, 정기예금넣으면서 알뜰하게 살았는데 이게 잘못은 아니지만 아둔했다는 걸 뒤늦게 알고는 '돈=유기체'라는 관점으로 그 속성을 알고 싶어서 부(富)를 철학자들에게서 제대로 배우기로 했던거야.


그리고 부자는 돈을 '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

돈을 버는 사람은 하수.

돈을 불리는 사람은 중수.

돈을 만드는 사람은 고수더라구.


즉, 남의 돈을 내 주머니로 넣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업종이 우리 대다수가 지니고 있는 월급을 받는 경우야. 물론, 얼마나 자신의 시간을 아끼며 일하겠니. 열심히 일하지. 하지만 그 중 일부를 불리고 또 나중에 얘기할 만드는 단계를 하지 않으면 결코 월급으로는 부를 영위할 수 없어. 그저 생활도 빠듯하지. 사람이 살면서 먹고만 살 수 있겠니? 자기 가치를 위해, 또 자기 자신으로부터 세상을 위해 어떤 쓰임이 되려면 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단다.


인간은 누구나 소비자인 동시에 또한 생산자가 아니면 안된다.

인간은 부채를 변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동으로 부에 또 다른 뭔가를 더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인간은 또한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생계 이상의 더 큰 요구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돈이 들게 되어 있기 때문에 부자가 될 필요가 있다. (중략)


과연 인간이 황폐한 집에서 살면서 마른 콩을 먹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다(주3).


넌 부자가 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단다!

물론, 처음 사회생활은 직장에서 시작할 수 있어.

하지만 모든 일은 가치를 위해 존재해.

노동과 바꾼 돈도 너의 가치를 위해 쓰이도록 불리는 일정액이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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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고수라고 말한 '돈을 만드는' 단계를 지속적으로 습관처럼 행해야 해.

모든 창조는 무형으로부터야.

돈도 무형으로부터 만들어져.

대표적인 무형의 자산은 바로 '정신'이지.

정신에서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는 컨텐츠가, 컨텐츠는 물질적 가치인 돈과 비물질적 가치인 명예와 권위를 비롯한 꿈이 실체가 되는 것이지.


'진정한 검약이란 항상 훨씬 높은 차원에서 소비하는 것이다.

강렬한 탐욕을 가지고 투자에 투자를 더하여 동물적인 생존을 더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를 위해 소비해야 한다(주3).'


엄마는 '정신의 물질화'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단다.

그러기 위해 정신이 선(善)을 향하여 바르게 질서잡혀 있지 않으면 안되고

이해를 너머 해석을,

원칙을 너머 원리를,

현실을 너머 이상을 추구하며

발은 까치발로 서더라도 현실을 딛고 살아야 하지.


그렇게 정신이 강해지면 물질은 따라온단다. 엄마를 보면 알잖니. 너희들이 좋아하는 가수들도 결국 정신의 물질화의 장본인들이잖아. 물론 그 '정신'이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의 신 플루투스'에 대해 여러번 얘기했었지? 플루투스는 운명의 여신 티케를 따라다니며 부를 여기저기 마구마구 뿌리고 다녀. 그런데 티케와 플루투스는 둘 다 장님이기 때문에 누가 선하고 착한지, 누가 부를 얻을 자격이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른 채 마구 퍼준대. 하지만, 절도와 율법을 엄밀히 따져 냉정하게 응징하는 네메시스한테 딱 걸리면 받은 것을 도로 토해내야 하고 또 잘못 분배된 부는 그녀가 냉정하게 다시 분배하여, 부당하고 억울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대. 결국, 뿌린 대로 거두게 하는 여신이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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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아이야.

돈, 즉 부를 소유한다는 것은 단지 능력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정신, 그것도 바른 정신의 힘이어야 플루투스가 뿌린 부를 네미시스가 인정하게 돼.

보다 논리적으로 말해볼까?

사람들은 신화는 실화가 아니라 신화라고 여기니까.


모든 것은 유기체잖아.

유기체의 본능은 번영이지. 진화지. 생성이지.

번영하려는 자체속성대로 모든 유기체는 강한 쪽으로 흐르지.

너와 부, 그리고 돈.

엄마가 규정하는 부는 정신의 물질화야.

그 정신은 너의 정신일테고.

그렇다면,

네가 강해져야 부가 따르고

부가 자체 번영을 해나가면

돈은 너를 쫒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지?


그러니

돈보다 강해져라.

신체보다 정신이 강해지고

돈보다 가치를 더 강하게 추구하고

일보다 뜻을 더 강력하게 쫒아라.

그러면,

부를 이룬단다.


네가 부를 이루고

너의 선한 정신이 너의 물질을

선한 방향으로 마구마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네가 되길 바래.


엄마는 네가 부를 소유한 어른이 되길 바래.

정서적, 사회적, 환경적, 신체적, 경제적, 관계적인 모든 면에서의 부.

이 모두를 관장하는 주체가 바로 너의 정신이란다.

정신이 너의 뜻을 쫒게 해라.

그러면 반드시 네게서 부는 증식하고

그렇게 증식된 부는 이로운 방향으로

향하며 지속적으로 더 크게 증식한단다....


예지에 가난이라는 벌을 내린 자는 이제껏 한 사람도 없었다.

(중략)

다른 사람의 피에 물든 것도,

또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며 비열한 방법으로 얻은 부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쌓아 올려도 좋다.

(중략)

현자는 명예로운 방법으로 재산을 손에 넣어도 그것을 자랑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중략)

현자는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은,

단돈 한 푼이라도 문지방을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동시에 큰 부라도, 운명이 주는 선물이고 자신의 덕이 맺은 열매인 한,

거부하지도 쫓아내지도 않는다.

실제로 부에 좋은 장소를 내주는 것을 아까워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온다면 오게 하라!(주4)



주1> Ginni Rometty(버지니아 로메티 – IBM 전 회장/CEO) 2011년 10월 5일자 Fortune 잡지 인터뷰

주2>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나를 아는 지혜'에서 돈도 자기를 좋아하는 주인을 위해 일한다. 라고 했다 그는 지혜의 철학자로 불리며 니체와 쇼펜하우어에게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다. (원문 : 돈은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을 섬긴다. 돈의 가치를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을 위해 증식하면서 부지런히 그리고 만족스럽게 주인을 위해 일한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불어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다루는 현명한 능력을 갖고 투자하는 주인에게만 달라붙는다.)

주3> 랄프왈도에머슨, 에머슨수상록, 나래북

주4> 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 동서문화사


# 이제 성인이 된 2아이를 위해 2년간 쓴 30통의 편지를 담은 책입니다.

https://guhnyul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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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연재]

월 5:00a.m. [짧은 깊이]

화 5:00a.m. [엄마의 유산]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짧은 깊이]

금 5:00a.m. [나는 시골에 삽니다.]

토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일 5:00a.m.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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