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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짧은 깊이 8

by 지담

태양은 뜨기 전

별들은 지기 전.

거대한 자연의 교대가 시작되는 장엄한 시간.


새벽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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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잠자던 신체는 깨어있는 영혼과 교통을 시작하고

나의 닫혔던 정신은 새벽동반자의 정신과 공유를 시작하고

나의 늘어진 손길은 형광등과 노트북을 켜며 세상으로의 진입을 시작하고

나의 새로운 시간이 내 손을 잡고 '이제 가자' 하루의 걸음을 시작하는,

거대한 자연의 교대행렬에 나를 합류시키는

새벽 5시.


오늘 사용하도록 할당되어진, 그리고 허락되어진 나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부여받는, 부여받아야 할, 부여받을 수밖에 없는

새벽 5시.


정해진 궤도에 따라 어김없이 자전하는 자연의 교대행렬,

어설픈 궤도지만 기필코 날 데려가겠다 힘쓰는 세상의 교합행렬,

이 거대한 톱니바퀴가 또 새로운 연합을 위해 가열차게 기운을 뿜어내는

이 순간을 놓칠새라

어제의 나는 재빨리 버리고

새로운 나는 서둘러 차비하여

'오늘'로, '또 다른 하루'로 냉큼 발을 디미는 이 시간.

'나'라는 우주의 자전(自轉)을 위해

'나'라는 육체의 자정(自淨)이 시작되는

새벽 5시.


'나'와 '오늘'의 거래가

'나'와 '세상'의 거래가

'나'와 '미래'의 거래가

'나'와 '가능성'의 거래가

속도를 끌어안고 공진화를 이루자 약조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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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나와의 약조를 지켜주려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한 세상의 품에서

자신과의 약조를 지켜내려면 마땅히 낡은 것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세상의 명에 따르는,

그 어떤 잡음조차 용납되지 않는 가장 안전한 거래의 시간.

새벽 5시.


세상에게 나로부터가 아닌, 세상속으로부터 유기체로서 존재하라 훈련받고,

죽은 성현에게 나로써 살아가야 할 이유와 산자들과 어울리는 생을 훈련받고,

남은 잠을 떨쳐내는 나의 모든 세포들에게

이 가르침에 순종하라, 이제 나의 배포를 발현하라 명받는

새벽 5시.


혼자에서 여럿으로

정지에서 운동으로

자유에서 구속으로

닫힘에서 열림으로


이 장엄한 교대행렬에 결코 늦지 않으리라.

이 활기찬 교합행렬에 결코 빠지지 않으리라.

나를 번쩍 안은 세상이 오늘은 어디에 날 내려 놓을지 기대마저 가득한

새벽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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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이

새벽 5시에 내 인생에 등장하는

새벽 5시.


나만 깨어 있으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자연의 장엄속으로 나의 합류를 허락한다.

나만 정신 차리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세상의 무한속으로 나의 걸음을 허용한다.

나만 걷고 있으면 어김없이 새벽 5시는 우주의 중력속으로 나의 무한을 허가한다.

결코 뺏길 수 없고

결코 잃을 수 없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에

결코 나에게 이로울 수밖에 없는

감사한

새벽 5시의 거래.


# 지난 7년 새벽 5시를 지켜오며 매일 읽었습니다

# 지난 3년 매일 읽고 써내려간 시간들을 작가님들과 나눕니다...

# 신청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gNX7wQZ2kP1lv_ykYHGS9H6NH0FvNjmhnKZQBx7AIko/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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