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 Nov 10. 2023

신의 장터에 놀러갑시다!

지담단상 1

신은 모든 것에 정당한 가격을 매기고 공정한 대가를 요구한다.

'신이 뭐 그래? 그냥 베푸시지' 했다가

못난 내 심보를 들킨 듯하여 이내 맘을 바꾼다.

대가를 치르면 신이 준비한 모든 것이 내 것이 된다고?


신의 계산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그는 철저하게 모든 것에 값을 매겨 놓았다.

하지만

신과의 거래는 결코 손해없는 이득이다.

복리로 불려주는데다 누적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거래 후 후한 서비스까지.......

들뜬 마음으로 출발한다!

뭐가 얼마나 어떤 값에 거래될까?



신나게 신의 장터에 놀러가볼까?

일단 사람들이 버글버글한 곳부터!



권력?

비싸겠지. 하지만 이미 값을 치렀고 이 정도라면 만족스럽다.

내 자신에게 이 정도 권력을 나 스스로 행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남에게, 세상에게 내가 치를 권력은 불필요하다.

내게 필요한 권력이란, 내가 나에게 명령하고 따르게 하는,

이름하여, '자기명령권'뿐이다.

이미 가졌으니 됐다.


명성?

이 또한 엄청 비싸겠지. 

나는 이에 값을 치르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사회에서 명성이란 대부분 돈이나 타협, 부정과 맞바꾼 것들뿐이니

아마도 여기에는 뭔가 신의 트릭이 있을 것 같다. 

오히려 거래 후 더 큰 손해가 뒤따를 것 같으니 패스!


생존?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대가를 치렀다.

지금 나는 먹고 사는 것쯤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이 정도로 충분하다. 


명품?

이 역시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렀다. 

지금도 치르고 있다.

인생 통털어 제대로 된 가방하나, 코트하나 없지만

나에겐 아무도 결코! 절대! 훔칠 수 없는 명품이 있다.

나는 나를, 내 자식들을 명품인생으로 이끌기로 하여

이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떤 대가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럭셔리 매장까지는 아니어도 백화점 가판대에 진열되는 수준정도는 가진 듯 하다.

참 이상하다. 

흥정을 하려면 값을 좀 내려달라 졸라야 하는데

이것만큼은 신이 더더더더 높은 값어치를 매겨주길 바란다.

아무나 살 수 없게 말이다. 

더 내가 사고 싶어 안달나게 말이다.

진짜 명품 좀 가려내게 말이다.

이것에 값을 지불하는 내 심정도 뿌듯하게 말이다. 


자선?

물론, 아직 잉여가 부족하여 나눔이 크지는 않지만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 비단 물질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두 아이의 꿈을 지지하는 값을 치렀고 나의 두 아이가 세상에서 자기몫 제대로 하며 살게 될 것을 확신한다. 나 역시 세상에 쓰임이 되어가고 있으며 나와 함께 걸음하는 지인들도 자기 삶을 향해 나아간다. 나의 정신의 잉여가 세상의 작은 빛이라도 될 수 있다면, 누군가를 위해 길을 트고 있다면 이에 대해 정당한 가격을 정산해가고 있다 여긴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자선은 자기삶을 스스로 책임지어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빚지지 않는 삶이다. 정신이든 정서든 물질이든 모든 것에서 말이다. 이러한 기본은 해결된 듯하여 더 큰 자선을 거래하는 곳을 찾아봐야겠다.



저쪽 멀리를 보니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관심없이 지나치기도 하고...

몇몇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기도 하는...

명품관인가?????????

가만가만...

모든 게 무상이란다!

단, 받을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일단 GO!.



희망?

요건 패스하련다. 진짜랑 가짜구분이 영 어렵다. 희망을 품고 사는 것과 망상, 허상에 젖어 사는 것의 구분이 여간 어렵지 않다. 진짜 가슴을 뚫고 나오는 희망은 현실을 들여다보고 내가 움직일 때 저절로 샘솟는 것을 경험한지라 굳이 신의 장터에서 거래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행동이 많아지면 희망은 저절로 샘솟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고 이리 즐비하게 장터에 늘어놓으셨나본데 난 신의 의도를 간파했으니 패스!


사랑?

여기서 한참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사랑'에는 얼마의 값을 치러야 내가 사랑으로 채워질까? 도저히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놔도 이 거래는 불가능할 듯 싶다. 많이 모자라다. 

그런데, 잠깐! 

'지각있는 사랑'이 있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아. 그렇다면 나는 이미 지니고 있다고 본다. 나는 나의 에너지를 '사랑줄 자격없는' 내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는 사랑을 주지 않을 정도의 이성과 배포는 가졌다. 또한, 사랑을 나눌 대상에게는 뭐든 퍼주는 것만큼은 자신있다. 있는대로 다 퍼주다 뒤통수 맞는 것이 아닌, 서로 이해되고 소통되고 그렇게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랑이야말로 지각있는 사랑임을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껏 사랑할 수 있는, 더 큰 포용력을 지닌, 더 큰 사랑을 거래하고 싶긴 한데...
아직 밑천이 모자라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믿음!

이건 자신있다! 잘 믿는다. 믿으면 따른다. 따르는 정도가 아니라 순종한다. 

아니 이런! 내가 너무 잘 믿는 것을 알아서인지 오히려 나와 거래를 안하겠다고, 나같은 손님 안 받는단다. 

이대로 쭈욱... 믿음을 굳건히 하라고 크게 내 뒤에 소리치기까지 한다!


'자유'!

젤 비싼 듯 싶다!

엄격한 검열이 이뤄진다.

줄이 길다.

서 있는 이들이 모두 진지하고 비장하다.

하긴, 자유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면 안된다. 

책임질 수 있는 구속이 전제되어야만 하기에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게 당연하지.


욕구할 수 있는 자유

희망을 가슴에 품을 자유

맘껏 사랑할 수 있는 자유

하고 싶은 바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하기 싫은 바를 선택하지 않을 자유

내 삶의 방향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궁극의 쾌락을 위해 시간을 내 것으로 쓸 수 있는 자유 

숙련된 정신으로 말과 글을 주장해도 되는 자유.

이렇게 내 인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힘의 자유.


'자유에 치를 값.은. 준비되었는가?' 또는 '자유에 값을 치.를. 준비는 되었는가?'

나에게 자문해본다. 아직 치러야할 빚이 많지만 세상은 항상 나를 지켜보고 나를 거쳐가기에 내가 다가가 애걸할 이유는 없다. 이따금씩 나를 찾아오던 맑은 고요의 정신을 떠올리면 자유를 위해 얼마나 높은 값을 치러야 할 지 가늠이 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가 치러왔던 그만큼에 이만큼의 자유가 주어졌으니 그만큼만 더 치를 지 더 크게 치를지 이제부터 나는 선택하면 된다. 


사랑, 믿음, 자유...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얼마에 치르느냐에 따라 지금은 '이따금'이지만 

앞으로 '자주' 고요와 평안의 가치를 사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믿고 느낄 수 있는 삶....


아쉽게도 지금 살 수 있는 것들에 한계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신은 지속적으로 수시로 장터를 연다! 

언제든 거래할 수 있다!

다음 장터에선 더 많이 크게 사들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나는 더 잃을 것이다. 

포기할 것이고 버릴 것이다. 

비워진 공간에 내가 사들이고 싶은 삶의 가치를 넉넉하게, 길게, 영원히 채워넣을 것이다.




신은 모든 것에 정당한 값을 매기고

그 값을 치르기만 한다면

영원히 후하게 모든 것을 누구에게나 내어준다 약조했다.

이제 알았으니

나의 선택만이 남아있다.


다음 장터가 기다려진다.

그 때 더 호주머니를 넉넉하게 마련해가자.

아마 지금 내가 모르는, 새로운 신상품도 가져오시겠지? 기대도 품어봐야지


신의 장터라....

다음 신의 장터에선 믿음, 사랑, 자유를 득템하고 말테다!


삶과 사유, 사람...

지담의 안방입니다.

지담북살롱 : 네이버 카페 (naver.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