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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Feb 12. 2024

내 것인데 모두의 것이고
세상 것인데 모두 내 것인

지담단상 14

새벽에 날 깨우는 것은

내게서 세상으로 나오려 안달나 있는 글들이다.

어디서들 왔는지 모르지만 마치 나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결코 세상으로 나갈 수 없다는 듯

마구마구 내 정신을 두드려대는 통에 항상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뜬다.


이 놈들!

날 깨워버리고는

자기들은 내 손끝에 멈춰주지 않고

후루룩 세상밖으로 나가버린다.

어린 시절, 남의 집 벨 누르고 도망갔던 장난을

이 놈의 글들이 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내 것은 내 것으로,

내 것 아닌 것은 내 것 아닌걸로

그냥 냅두려 하지만

내 작은 속은

'내껀데..' 아쉬워 

계속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지만

도통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괜찮다.


내 안에서 나왔지만 내 것이 아닌 것은 

민들레홀씨처럼 떠돌다

자신을 잘 키워줄 주인찾아 씨앗으로 심기겠지.

그렇게 그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겠지


내 손끝에서 훌쩍 달아나버린 글이라도

내가 사는 세상 속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니

아쉬워할 필요없겠지.


내 손끝에서 탄생한 글들 역시

세상 속 누군가로부터 탈출한,

세상 속 누군가가 나처럼 놓쳐버려

내게 심긴 것들이겠지.


아뿔싸.

내게서 떠나버린 글들을 

기억하려 애쓰고 

떠나간 것을 아쉬워할 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내게 와준 글들에 

감사해야 하는 거구나.


오늘도 자신의 창조를 위해 

내 안에서 숨죽여 기다리다,

내 밖에서 날 깨우려 애쓰다

손끝으로 나와준,

나를 통해 창조된 글들에 감사의 키스를 보낸다.. 


창조된

세상 모든 것들은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니며

세상의 것인데 내 것이다.


모든 것이 모두의 것이면서

모든 것이 모두의 것이아닌,


정작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모든 것이 내 것인.


이렇게 나는 

세상과 공.유.하는구나.


내가 해야할 몫은

내게 심겨져 내 손끝으로 드러난 것들에

온정성으로 혼(魂)을 불어넣

단지 그것뿐임을...


내 것이 아닌데도

세상 모든 것들이 

내게 허락되어 있음에,

이 무한한 '공유의 자비'에

오늘도 나에게서 머물러준 그것들을 감사히 정성담아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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