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참으로 나에게 다양한 것을 요구한다.
어떤 때엔 소처럼 묵묵하라 하고
어떤 때엔 개처럼 충성하라 하고
어떤 때는 곰처럼 든든하라 하고
어떤 때는 여우처럼 영리하라 하고
어떤 때는 토끼처럼 귀여우라 하고
어떤 때는 독수리처럼 멀리보라 하고
어떤 때엔 경주마처럼 앞만보라 하고
어떤 때는 호랑이처럼 돌진하라 하고
어떤 때엔 거미처럼 기다리라 하고
어떤 때는 나무늘보처럼 자중하라 하고
어떤 때는 다람쥐처럼 재빠르라 하고
어떤 때는 뱀처럼 기라 하고
어떤 때는 백조처럼 우아하라 한다.
갈기가 멋진 사자는 단정하지 못하다고 늘 머리를 단정히 짤라야 하고
땅속에 사는 두더쥐는 우울증환자라고 밝은 쪽으로 나오라 하고
캥거루는 두 발 모아 뛰지 말고 한발씩 뛰는 연습 좀 하라 하고
반면, 타조는 왜 자꾸 뛰기만 하냐고 그 큰 날개뒀다 뭐하냐고 날아보라 하고
냄새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받는다고 스컹크는 병원에서 장치료를 받아야 하고
우리의 교육이,
우리의 타인을 보는 관점이,
아니,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내가 남과 비교하여 나를 대하는 마음이
이러지는 않을까 싶은 우려가 살짝 내 안에서 스며나오지만
이제 됐다!
나는 나답게 살련다!
내가 좋아하는 백호.
분명 호랑이인데 호랑이스럽지 않다
분명 돌연변이인데 너무 호랑이답게 멋지다.
호랑이 무리에서 호랑이로 태어난 열성이지만
우성보다 독특한 멋을 지닌다.
모르겠다.
나는 동물 중에 뭐가 제일 좋은가 물으면 '백호'라 말한다. 그냥 좋다. 좋은데 이유가 뭐가 필요할까.
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처럼 멀리 보고 소처럼 묵묵히.
예리한 통찰력으로
성실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련다.
남들이 형이상학적인 발언만 한다고 뭐라 하더라도
이는 호랑이의 눈으로 더 멀리 보기 때문이며
소처럼 너무 느리다고, 답답하고 미련하다 하더라도
이는 소의 우직함이야말로 진정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이며
다람쥐보다 더 날쌔게 여기저기 간섭한다 하더라도
이는 간섭이 아닌, 전체에서 흐트러뜨리면 안될 소소한 것을 감지하기 때문이며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오겠다며 그러다 부려진다는 염려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강력하고 커다란 의지가 타협코자 하는 나의 의지를 제압하기 때문이다.
경(經)이다.
말을 타고 먼 시선으로 빠르게 달리면서도
발밑의 개미집을 밟지 않는....
전체를 담지만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나는 소도 개도 곰도 여우도 토끼도, 그렇다고 독수리도 호랑이도 나무늘보도 다람쥐도 뱀도
아니다.
내 이름이 새겨진 펜. 주원 : 중심을 지키며 세상의 흐름에 순응하다 나는 인간이니 인간스럽게 살련다
나는 김주원이니 주원스럽게 살련다
나는 교육자이니 교육자답게 살련다.
나는 작가이니 글쓰는 것으로 살련다
나는 코치이니 인간을 성장시키며 살련다
그렇게
딱 나다운 삶
딱 전체에 어울리는 부분으로서의 삶
딱 우주가 내게 명한 그 길을 걷는 삶
일을 해내는 자는 일의 끝에서 일의 전체를 본다.
호랑이의 시선으로 보고
묵묵히 소처럼 땅만보고.
불파만 지파참(不怕慢 只怕站)
느리게 가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중도에 멈추게 될까 그것이 두렵다.
멈추지 않으면 된다...
내이름 주원(炷沅)
중심을 지니고 흐름에 순종하며
이름답게 살련다.
[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하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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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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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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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5:00a.m. [느낌대로!!! 나홀로 유럽]
토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