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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Feb 26. 2024

모든 실체의 근원에는
불후(不朽)의 실체가

지담단상 16

기쁘지만 좁은 길 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바르지만 아픈 길 걷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멋지지만 뿌연 길 향하길 원하지 않습니다.


기쁘고 바르고 멋진 길이지만

좁고 아프고 뿌연 길이라면 원하지 않습니다.

넓고 아프지 않고 훤한 길 위에

기쁘고 바르고 멋진 가치까지 보태지는 길을 원합니다.


이 무슨 자만이며

이 무슨 권리이며

이 무슨 허영이란 말입니까?


그럼 도대체 누가 길을 내고 

그럼 도대체 누가 길을 넓히고

그럼 도대체 누가 길을 밝히고

그럼 도대체 누가 길을 단장해야 하는지요?


있기는 있습니까?

넓고 아프지도 않고 훤한 길말입니다!


그 길은 어디에 있는지요?

이 길을 가다보면 그 길이 나오는지요?

내가 그 길을 같이 가자 하면 좁고 아프다 하더이다.

그러면서, 그 새치혀로는 선한영향력 어쩌구 말만 잘하더이다.

많은 이들이 좁다 아프다 보이지 않는다며

혀로 주접떠는 옆으로

누군가는 묵묵히 무거운 짐 혼자 메고 그 길을 뚫고 넓히고 닦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 '누군가'가 되려 하지 않지만

당신만은 그 '누군가'에게 보상을 내린다 하시니

보이지 않는 실체를 믿고 따르는 자만의 몫으로 알면 되는 것입니까?

모든 실체의 근원에는 

보이지 않는 불후(不朽)의 실체가 존재한다(주)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같이 가려 하지 않아도

십자가의 무게와 책임과 아픔을 

불.후.의 실체로 의심없이 따르며

그 것에 나의 모두를 걸어도 되는 것입니까?


여기까지 걸었음에도 여전히 

아프고 좁은 길보다 

기쁘고 멋진 길이 걷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도대체 언제쯤 더 영글런지요....?

도대체 언제쯤 당신을 닮을런지요...?

도대체 언제쯤 다 내려놓은 미덕을 지닐런지요...?

도대체 언제쯤 의심 걷어내고 믿음이 새겨질런지요...?


그래도 이리 한걸음씩 가는 것이

당신께 닿는 길인지요?

당신이 뜻하는 그 증명을 이뤄내는 길인지요?

당신이 내게 명한 그 길이 맞는 것이지요?


주>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아우구스티누스, 2008, 범우

* 불후 : 영원히 썩거나 변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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