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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노 Feb 06. 2023

로스트아크가 역주행했던 이유와 PMF

코드스테이츠 PMB 15

들어가기에 앞서


게임은 정말 복잡한 프로덕트이다. 지금 배우는 과정에서 말하는 Product와는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해석, 그리고 고객을 어떻게 유치시켜야하는지 등등 요소별로 구성과 프레임이 다른 점이 많다. 프로덕트 제작 과정을 거쳐 설계된 작은 게임의 요소들이 수십 수백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비로소 하나의 게임이 탄생한다. 대규모로 플레이가 이루어지는 MMORPG에서는 특히 그렇다. 또한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요소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최소 한 주 단위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요소등 게임이라는 세계관은 그것을 이용하는 유저들과 함께 호흡한다. 그래서 오늘 가져온 주제를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트아크 PMF와 관련해서 알아보고 싶은 점이 있었고, 내 나름대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써내려 보려고 한다.


로스트아크는 2014년 제작발표회를 통해서 첫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국내 게임 기준으로 말도 안되는 퀄리티로 많은 유저들을 기대시켰던 기대작이였다. 하지만 발표만 하고 출시는 안되서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점점 잊혀진 게임이였다. 3년이 지나 첫 클로즈 베타를 선보이고 2018년 11월에 OBT(오픈 베타)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다. OBT 당시 제작비가 1000억이라는 대작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너도 나도 플레이 했던 흥행작이였다. 게임 유행은 특정한 광고보단 커뮤니티에서 화재가 되어 너도 나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로스트아크의 오픈과 함께 많은 유저들과 유명 BJ들이 오픈런을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오픈 베타의 인기를 뒤로하고 하루가 다르게 유저 수가 줄어들면서 점점 관심에서 잊혀지고 있던 게임이였다. 그런 로스트아크, 그리고 스마일게이트가 다시 로스트아크를 역주행 시키고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거둔 이유에는 어떤 면모가 있었을까? 어떻게 그들은 PMF(Product Market Fit)을 찾아 유저 유입의 J커브를 그리게 되었을까?





고객의 문제를 기존 게임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했을까?


2019년 7월 피시방 점유율 1.32%. 로스트아크는 출시 당시보다 10분의 1로 떨어진 점유율이였다. 한 번 떠난 유저가 다시 순환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은 RPG의 특성상 상황은 굉장히 절망적이였다. 게임의 경우 유저의 모든 행동을 로그로 기록한다. 그리고 유저들의 불만은 커뮤니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컨텐츠는 지루함밖에 없을 뿐더러 큰 목표의식이나 재미를 주지 못했다. 매일 해야하는 숙제 컨텐츠는 지루하기 짝이 없고, 시간은 시간대로 많이 들었다.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엔 전체적인 구조나 짜임새가 엉망이였다. 유저들이 그 시절을 우스겟 소리로 "이래도 안 접어?" 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금강선 총괄 디렉터는 포기 하지 않았다. 2020년 8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감행한다. 기본적인 짜임새와 구조를 완전히 바꾸며 로스트아크 시즌2로 새 단장을 하였다. 그리고 엔드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2021년에는 7개월동안 연달아 4개의 '군단장 레이드'를 선보이게 된다. 또한 유저간담회 '로아온'을 통해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개발 로드맵을 설명하는 등 로스트아크 개발사는 끊임없이 유저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유저의 피드백을 모아 서비스를 개선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게임은 정교하게 유저의 로그를 바탕으로 레벨을 디자인해서 좌절과 절망을 주고 남들보다 강하고 이뻐질수 있도록 페이를 유도하는 시스템이였으니까 말이다. 유저들의 바램보다는 게임사의 주도적인 업데이트가 강했고, 당시 유명 게임들은 어떻게 아이템 뽑는 방식을 복잡하고 재밌게 설계해서 매출을 올릴까에 대한 고민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커뮤니티 유저들의 불만은 굉장히 거칠었다. 그것을 마주하지 않는 게임사들이 많았다.


어쩌면 문제를 새롭게 정의 했다기보단 로스트아크는 남들이 하지않는 길을 그저 묵묵히 걷고 있었을 뿐이였다. 당장의 금전적인 이득보다는 유저들과 함께 호흡하며 정말 즐거워할 수 있는 게임, 진정한 게임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어했다.




그들의 행적은 충분한 고객가치가 있었을까?


Q&A시간에 내가 물어본 질문이다. 


Q: "게임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시장의 흐름이 바뀌어 유저들이 유입이 된다면 그 상황도 PMF라고 볼 수 있는가?"

A: "어떤 상황인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 서비스는 그 상황이 오기전부터 끊임없이 노력을 했을것이다.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오리가 수면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구르고 있는 것 처럼"



'로아온 페스티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금강선 디렉터, 스마일게이트


답변에 대해 듣고 다시 생각해봤다. 그저 운은 아니였다. 로스트아크는 2020년 8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유저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괄목할 만한 성적은 아니였지만 신규유저 유입이 생기고 있었고 기존유저들 또한 변화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저간담회를 통해 2021년 개발 로드맵을 확인하며 그들이 얼마나 유저들에게 진심이고 어떤 가치를 선물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빡빡한 일정의 로드맵, 그러나 개발진들은 유저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2021년 게임업계의 피바람


넥슨/엔씨소프트에 배달된 트럭들


2021년은 게임업계에서 펜데믹이었다. 그저 평화로운(?) 로스트아크의 상황과는 다르게 2021년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리니지M 등 대형 게임사의 운영 방식에 큰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고질적인 문제를 만들던 확률형 아이템 뽑기와 과금유도에 대한 피로도 그리고 그 뽑기의 확률이 조작되어 아무리 결제를 해도 뽑을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며 유저들은 폭발하게 된다. 확률 조작과 롤백 논란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고 그것을 해결하는 소통 과정에서 유저들은 개발자들의 해명을 요구하고 간담회 개최를 바라며 앞으로의 개발을 투명하게 하고 유저들과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통해 마음 상한 유저들은 본인이 하던 게임을 접어버리고, 새로운 게임을 찾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2021년 2월 24일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으로 인해 메이플스토리에서 이탈한 유저들이 로아온에서 보여준 금강선 디렉터와 로스트아크 개발진의 긍정적인 행적을 보고 로스트아크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다. 3월 1일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게임트릭스 순위가 높아지는 위엄을 달성하는 등, 기존부터 고집해 왔던 성실한 행적으로 엄청난 보상을 받게되었다. 특히 21년 7월 7일 아스탤지어 업데이트 이후 7월 13일 기준 전월대비 신규 이용자 수 456%, 복귀 이용자 수 404%,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43%, 월간 순수 이용자 수 150%가 증가한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그들의 행적은 고객가치가 충분했다.




그래서 페이에 민감한 고객들 데리고 돈 좀 벌었나?


로스트아크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스마일게이트 RPG는 2021년 4898억 3048만원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또한 영업이익은 3055억 1932만원이였다. 이는 2020년 대비 각각 486.7%, 4419.4%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638.1% 증가한 2289억 9181만원을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만 개발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이와같은 매출성적표는 곧 로스트아크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먼저 비즈니스 모델을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Pricing(프라이싱)과 관련해서는 짧은 이야기를 곁들이고 싶다. 당시 많은 유저가 로스트아크로 유입되며 웃기고 슬픈상황이 연출되었는데,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같은 과금모델은 초기 유저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았다. (일단 1000만원은 지르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만큼 해당 게임의 유저들이 P2W과금 모델에 익숙해진 상태이기도 했다. 막상 로스트아크를 시작하려고 돈도 두둑히 챙겨왔는데, 플레이해보니 과금을 크게 해야 할 부분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애초에 프라이싱이 다른 게임이였기 때문이다. 이전 게임들이 100만원을 결제해야 100%의 만족감을 가진다면 20만원만 결제해도 100%의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형성되어 있었다. 저렴하다고 생각이 들었던걸까? 그들은 닥치는데로 사기 시작한다.(특히 아바타와 같은 치장 아이템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로스트아크는 게임 내 재화거래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 결제한 현금을 통해 게임내 재화로 바꿀 수 있다. 초기 유저들이 많이 이용할 수록 매출또한 크게 증가했다.


어떤 서비스이든 유저 수가 많을수록 그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상승한다. 특히 게임처럼 서비스내 결제의 요인이 명확하다면 말이다. 성인 게임 특성상 완전한 무과금 유저는 없을 뿐더러, 적어도 서버비는 내주자라는 인식정도는 게이머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스트아크의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로스트아크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유저와 직접 소통하고 호흡하며 게임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은 누구일까? 단순히 말하면 게이머 전체이다. 그래서 단순히 로스트아크 유저 뿐만이 아닌 전체 게이머에 대한 입장으로 풀어가고 싶다. 시장의 흐름은 바뀌었고, 모범사례로 일컬어 지는 로스트아크는 큰 수혜를 받았다. 즉 로스트아크식 게임 운영이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


게임을 접고 다른게임을 시작하는 행위에는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미 오래 플레이한 RPG 게임의 경우 접어버리기도 어렵다. 그냥 비용적인 문제가 아니다. 게임이 주는 요소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다.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나 '추억'같은 추상적인 것들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게이머들은 로스트아크식 해결책을 교과서처럼 빗대어 본인이 플레이하는 게임 운영진들에게 건내준다. 본인들과도 호흡하고 소통하자고.



이제는 게임업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메이플스토리 유저간담회 / 마비노기 유저간담회 / 디렉터 라이브방송


대표적으로 넥슨은 유저들과 소통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끔 뒷통수를 치고 유저들한테 호통을 당해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오긴 함) 뽑기 상품의 투명함을 보여주고,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고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며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성과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게임모델이 이미 과금형 모델에 많이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기란 어렵겠지만, 소통을 하는 모습과 라이브방송을 통해 인간적인 디렉터의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유저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올라가는 듯 하다.


게임의 유저는 결국 돌고 돈다. 알피지를 좋아하던 유저는 갑자기 던전앤파이터가 땡기면 시작하기도하고, 메이플스토리가 하고싶으면 불현듯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로스트아크의 해결책은 대다수의 게이머가 사랑하는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유입된 유저들이 떠나지 않고 로스트아크를 하게만든 특별한 경쟁요소 '모코코'





모코코는 로스트아크 게임 내에서 이곳 저곳에 흩어진 새싹들이며, 수집해야하는 모험 중 한 컨텐츠이다. 그런데, 이 새싹이라는 점이 신규유저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는데 '모코코'는 즉 처음 시작하는 뉴비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새싹 뉴비가 지역챗에 질문을 한다면 핧짝하러 오는 고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신규 유저들이 대거 유입이 되던 시기에, 분명 익숙하지 않은 게임이였을텐데 어떻게 유저들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걸까? 나는 여기에서 로스트아크만의 특별한 문화이자 다른 게임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함, '모코코 문화'를 예로 들고 싶다.


모코코 문화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뉴비 챙김 문화이다. 게임을 막 시작한 뉴비들이 게임내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친절하게 물어봐주고 재화가 부족하면 호주머니에 돈도 넣어주고(소매넣기), 문제가 발생해서 해결할 줄 모른다면 위치를 물어보고 우르르 달려가 도와주는 문화이다. 모코코를 챙기는 문화안에는 오랫동안 플레이한 고인물들이 뉴비가 다시 떠나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많이 개선되었고, 앞으로도 개선될 게임을 어려움으로 인해서 접지 말았으면 하는 유저들의 바램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타 게임에서도 뉴비를 챙겨주는 문화가 있지만 유독 로스트아크에서는 과하다. 게임의 난이도가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모코코가 나타나면 너나 할것없이 달려가서 그들을 챙겨주고 사람 대 사람으로 따듯하게 감싸준다. 그리고 선행 뒤에는 항상 "감사의 은혜는 이 게임 접지말고 오래 해주세요."로 끝난다. 


디렉터와 함께 소통하며 게임의 가치를 믿는 유저들. 그리고 그들의 배려로 만들어진 '모코코 문화'는 다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듯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특별한 요소는 다른 게임이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PMF는 찾았을까?


결론적으로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PMF를 찾은 성공의 이면에는 진정한 게임이 무엇인지, 게임의 가치를 실현하기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던 운영진들이 있었고, 그 노력들 덕분에 예상치 못한 기회가 왔을때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타 프로덕트처럼 어떤 한 요소 덕분에 고객의 문제가 해결되어 PMF를 찾았다고 하기엔 게임에서의 요소는 굉장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지 운영진의 그 진정성이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했고 그것이 시장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알피지를 만들고 싶어했던 스마일게이트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 상반기 아마존을 통해 북미에서 퍼블리싱을 하였고 스팀 동시접속자 63만명을 달성하며 여전히 RPG게임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게임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존 내수형 게임 모델이 아닌 진정한 게임의 가치를 가진 IP이여서이지 않을까 싶다.



저희는 충분히 많은 도전과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로스트아크가 자랑스러운 게임이다라고 
외쳐주시면 정말 더 감사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겠습니다.

- 금강선 디렉터, 2020 로아온 페스티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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