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 안 스타벅스만의 특별함
e-frequency 그리고 3,000만 잔의 토피넛라떼
매년 12월이면 모으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의 'e-frequency'다. 나는 2018년부터 새해 다이어리로 스벅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17잔의 커피값을 지불하긴 하지만, 다이어리를 돈 주고 사자니 왠지 아깝다는 이상한 논리다.)
새해가 오기 전 스타벅스에 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12월에는 스타벅스의 겨울 시그니처 음료인 '토피넛라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나오는 이 음료는 2002년 첫 출시 이후 20주년을 맞이한 스타벅스 역대 최장수 음료라고 한다.(누적 3,000만 잔 돌파) 버터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고소한데 달달하고 부드러워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딱 겨울에 어울리는 맛이다.
전세계 29,000개, 한국 1,700개, 서울 590개, 종로구 40개
스타벅스는 한국에 1999년 첫 진출하여,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전국에 1,700여 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가장 많은 동네는 어디일까? 서울에는 약 590개의 스타벅스가 있는데, 주로 광화문, 종로, 명동, 여의도, 강남 등 유동인구와 회사가 많은 곳에 밀집되어 있다. 스타벅스는 직영 매장 운영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특별히 거리 제한을 두지 않는다. 내심 광화문이 속한 종로구가 1위가 아닐까 싶었는데, 무려 90여 개의 지점이 있는 강남구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스타벅스가 '광화문'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1km 내에 40여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마다, 혹은 건물마다 스타벅스가 위치하고, 심지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2개의 스타벅스가 서로 마주 보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건 블록마다 있는 모든 매장들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화문에 있는 스타벅스는 무엇이 특별할까?
전세계에서 종로구 스타벅스에만 있는 것!
광화문점, 안국점, 경복궁역점, 인사점, 북촌로점
스타벅스의 전략 중 하나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와 매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간판의 경우도 예외 없이, 'STARBUCKS'라고 대문자로 쓰여진 간판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광화문 일대 스타벅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으니 '한글로 된 스타벅스 간판'이다.
시작은 인사동이었다. 한글 간판만 허용되는 인사동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 지사가 미국 본사를 3개월간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하며, 현재는 종로구에 있는 다섯 개 지점이 한글 간판을 사용 중이다. 특히 경복궁역점 간판은 '한글 필기체'로 멋을 더한다.
교보문고와 스타벅스의 콜라보,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
2022년 8월 31일 오픈한 따끈한 스타벅스가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 푸드코트가 있던 장소에 스타벅스와 교보문고가 협업하여 '스타벅스 광화문교보문고점'을 연 것이다.
교보문고 안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은 하나의 작은 도서관 같았는데, 특별한 점은 큐레이션도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다. 스타벅스와 교보문고가 함께 추천한 도서 10 여권과 책에 대한 짤막한 소개 글들이 있었는데, 2022년 12월의 주제는 '따뜻하고 다정한 단편집'이었다.(겨울은 역시 춥지만, 따뜻한 계절이다.)
곳곳에 세워진 커다란 책장에는 많은 책이 꽂혀 있었는데, 교보문고와 출판사들이 폐기하려던 책을 모아 공간을 꾸민 것이라고 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공간도 넓어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보문고 스타벅스 소식을 들었을 때, 일본 서점 '츠타야(TSUTAYA)'가 바로 생각났다. 츠타야는 일본 회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이 운영하는 서점으로,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곳이다. 서점 안에 스타벅스, 레스토랑 등이 입점되어 있어 사람들이 커피 한 잔 하며 책과 음반 등을 듣던 모습이 인상 깊었는데, 한국에서는 '광화문 교보문고'가 처음으로 서점 내 스타벅스가 입점한 사례라고 한다.
전국구 코어 매장, 스타벅스 광화문점
세종문화회관 옆 건물 전체가 스타벅스인 곳이 있다. '스타벅스 광화문점'이다. 광화문의 대로변에 있는 만큼 항상 사람이 많은 곳이라, 전국 매출 5위 안에 드는 코어 매장이라고 한다. (주중엔 주변 직장인과 공무원들이, 주말엔 관광객과 시위로 쉴 새 없이 사람이 몰리는 광화문이다. 게다가 나 같은 동네 주민도 있다.)
광화문광장 개장에 맞추어 리뉴얼에 들어갔고 2022년 7월 20일부터는 코어 매장 및 워크스루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워크쓰루 매장이라, 들어가지 않고 'pick up & go zone'에서 바로 음료를 받을 수 있다.
광화문광장이 재개장하고 나서 최대 수혜를 입은 곳 중 한 곳으로 생각되는 이곳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분수가 바로 앞마당에 있다. 엄마아빠가 커피 한 잔 하며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기 딱 좋을 위치다. 2,3층은 실내, 4층은 루프탑으로 되어 있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루프탑에서 광화문광장을 내려다봐도 좋을 것이다.
스타벅스 리저브 바, 정부서울청사R점
전국 80여 개의 리저브 점 중 하나로, 광화문 빌딩숲 사이에 숨어있다. 스타벅스 리저브는 스타벅스의 고급형 특수매장인데, 커피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대신에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내어준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R점'은 매장도 넓고, 리저브 바 형태로 되어 있어 좀 더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리저브 매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데, 이곳 포함 몇몇 리저브 매장에만 있는 블랙이글 머신은 초고가를 자랑하고 에스프레소 샷의 퀄리티가 상당히 탁월하다고 한다. 또한, 눈앞에서 커피가 내려지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커피를 눈으로 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광화문, 서촌 일대는 워낙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에 음식점과 카페가 몰려 있다. 이미 유명한 카페들도 많지만, 스타벅스가 계속해서 잘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 기반 서비스와 함께 스타벅스만의 일관성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같은 노래가 나온다고 한다.) 낯선 곳에 여행 갔을 때,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적이 있지는 않은가. 익숙함과 특별함이 공존하는 광화문 일대 스타벅스들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나는 기업의 사명이 생각보다 그 기업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웃, 스타벅스의 사명을 함께 기록해본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이를 위해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 우리의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
"To inspire and nurture the human spirit." -one person, one cup and one neighborhood at a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