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돌담길 옆 효자로, 뷰 맛집 아름지기 사옥
매년 돌아오는 계절임에도, 2022년 가을은 여전히 빛났고 아름다웠다. 조금 늦은 듯 하지만 찬바람이 부는 11월의 끝을 붙잡고 올해 서촌에서 만났던 가을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추앙한다'라는 말이 올 상반기를 달궜다.
그리고 나는 가을의 ‘서촌’을 추앙한다.
여의도나 잠실이 ‘벚꽃’의 대표적인 명소 듯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최고의 단풍길은 ‘서촌’이 아닐까 싶다. 붉은 단풍이 오히려 귀한 이곳은, 나뭇가지 끝 초록 단풍들이 가을을 맞이하며 황금빛으로 변한다.
특히, 경복궁 서쪽 정문인 영추문쪽 '효자로'는 노란 단풍과 궁의 돌담길, 그리고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극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서촌에는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숨어있는 명소가 있다. 효자로를 사이에 두고 경복궁과 마주한 ‘재단법인 아름지기 사옥’이다.
미술관, 주택, 한옥 등으로 둘러싸인 서촌 길에서, 자칫하다간 재단법인 아름지기 사옥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상시 오픈 공간은 아니지만 사옥은 계절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한다. 나는 가을 단풍이 흐드러질 때마다 이곳에서 멋진 전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사옥의 숨은 명당은 2층이다. 2층 테라스 마당 끝에서 경복궁 돌담길과 은행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 찍는 이들이 많다. 테라스 쪽에는 청자 바둑판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데, 이는 고려시대 '돈'이라고 일컬어지는 청자 의자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고려미(味)려: 추상하는 감각'
천년 전 고려시대 모습은 오늘날 한국과 닮아있다. 이번 전시는 고려의 미, 그리고 미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실제로 1층에 전시된 자기들은 고려의 청자와 다른 듯 닮아 있었고, 자기들이 놓여있는 탁자 높이를 높여 당시 고려시대의 입식 문화를 공간에 녹였다.
따뜻한 가을볕을 느끼기 좋은 공간
3층은 유난히 볕이 잘 드는 곳이어서 예전에 방문했을 때도 가을의 따뜻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름지기 사옥에서 나와 청와대 사랑채 쪽으로 길을 걷다 보면, 서촌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또 있다. 길을 걷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통의동 마을마당이다. 이 날은 어르신들이 가을을 무대 삼아 공연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서촌은 슬며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분명 황금빛으로 빛나는 가을의 서촌도 아름답지만, 인왕산 끝자락 하얗게 내린 눈들이 소복이 쌓이는 겨울의 서촌 또한 포근하고 따뜻하다. 2022년 서촌의 겨울을 기대하며 조금 늦은 어제의 오늘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