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어디까지 해봤니? 광화문 광장의 이모저모
2022년 8월, 도심 속 새로운 휴게 공간이 생겼다. 광화문 앞 잔디마당에서 세종대왕을 지나 이순신 장군이 있는 곳까지 쭉 걷다 보면, 정말로 광화문 광장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광화문 광장에는 넓어진 공간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리는 중이다. 덕분에 광화문 직장인인 나는 퇴근길 광화문 광장에 들려 행사를 구경하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테니스 경기가 열렸다. 광장에서 웬 테니스 경기냐 싶을 테지만, 정말 밤 사이 테니스 경기장이 뚝딱 설치되고, 선발된 팀들이 토너먼트 경기를 펼쳤다. FILA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테니스 라켓으로 타깃을 맞추는 이벤트에 참여해 보았다. (2년 넘게 배운 테니스 실력이 무색하게 참가상만 받았다.ㅎㅎ) 천천히 구경하면서 재즈 공연도 즐겼다.
사실 광화문 광장에서 스포츠 경기가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스케이트장이 운영되기도 했고, 평창 올림픽을 기원하며 스키점프대와 워터 봅슬레이가 설치되기도 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당시 실제 모습은 아래쪽에서 확인해 보자!)
광화문 광장은 항상 뜨거웠다. 조선시대 육조거리부터 광복 이후 6월 민주항쟁,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촛불시위까지. 광장은 계속해서 변하며 2009년의 섬 같은 모습을 벗어나, 2022년 지금의 광화문 광장이 되었다. 역사 속 광장의 이모저모와 함께, 새로 개장한 광화문 광장을 조금 더 잘 즐길 수 있는 히든 스팟들을 소개한다.
광화문 광장 즐기기
광화문 광장은 크게 '물의 공간'과 '숲의 공간'으로 나뉜다. 넓어진 면적만큼 광장 곳곳에 분수들이 있고, 자생수종 나무들이 뜨거운 볕으로부터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는 '터널분수'는 77개의 물줄기로 이루어진 아치형 분수로, 광복 이후 77년의 역사물길을 상징한다. 이곳은 사진 맛집이기도 하다. 낮에는 광화문과 숲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저녁에는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과 함께 화려한 도시 야경을 담을 수 있다.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 위치해 있는 분수는 한글창제의 핵심인 천(○), 지(□), 인(△)을 모티브로 만든 훈민정음 분수이다. 분수의 모양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 중 어떤 글자일지 유추해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뛰노는 분수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 상 앞에 있는 분수는 충무공의 해전을 상징한다. 동상 내측 분수의 133개 노즐은 명량해전 당시 133척의 왜선 격퇴를, 외측 분수는 한산도 대첩 당시 학익진(鶴翼陳) 전법을 상징한다. 1968년 세워진 이순신 동상은 현재도 광화문 광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불멸의 존재다.
정부서울청사 앞 육조마당에서 훈민정음분수까지 이어지는 '역사물길'은 한국의 역사를 상징한다. 1392년 조선건국부터 630년의 역사의 물길이 흐름이다. 더운 날씨엔 잠시 신발을 벗고 물길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광화문 광장을 걷다 보면 풍성한 녹음지대를 만날 수 있다. 숲에 온 것 같은 휴식 공간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쉬어가기 좋다.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는 미디어윌과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잔디광장에서 경복궁 방향을 바라본다면 탁 트인 하늘과 산과 광화문이 한데 어우러져 장대한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인왕산과 북악산을 절묘하게 잇는 광화문의 유려한 처마 곡선은 몇 번을 봐도 아름답다.
고개를 돌려 반대 방향을 바라본다면, 대사관과 리모델링 중인 KT건물, 언론사 등 커다란 건물들이 높이 솟아있는 시티뷰이다. 한 공간에 두 뷰가 공존한다는 것이 광화문 광장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광화문 광장의 이모저모
광화문 세종로 거리는 과거 조선시대 육조거리로 불렸다. 조선 최고 행정기구인 의정부와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까지 6조 관청이 모여있어 육조거리가 되었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시간의 정원'은 기존 사헌부가 있던 터로, 문화재 발굴조사 중 드러난 사헌부 터와 배수로, 우물 등 육조거리의 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화문은 몇 번의 뜨거움을 경험했다. 3.1 운동 때 현재의 교보문고 앞에 모였고,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광우병 반대 집회, 촛불시위 등 여러 정치적인 이슈로 집회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2002년에는 월드컵 거리 응원으로 붉은 악마로 가득 채워졌다. 전 국민이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가 되었고, 촛불시위 때는 유례없는 평화적인 대규모 시위로 전 세계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위한 행사도 열렸다. 여름엔 도시 한복판에 워터 봅슬레이가 설치되었고, 겨울엔 스키점프대가 설치되어 스노보더들이 광화문 하늘을 날았다. 시민들을 위한 스케이트장도 운영되었다.
2022년 8월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은 겨울을 맞이하여 '빛초롱 축제'가 열렸다. 유럽 도시에서나 볼만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광장 중앙에 설치되었다. 12월 31일에는 KT건물의 미디어윌을 배경으로 2023년 카운트다운도 진행되었다.(화려한 폭죽놀이는 없었지만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새해 인사를 나눴다.) 계묘년을 맞이하여 복을 든 거대한 토끼도 설치되었는데, 한동안 존재감이 상당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기업들과의 협업 행사도 열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삼성, LG, SK, 현대 등 기업들이 부스를 차려 한국 기술을 홍보했고 스타벅스는 텀블러와 커피를 나눔 했다.(제일 인기가 많았다.)
광화문광장은 홈페이지에서 대관 신청 및 허가를 통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도는 광장의 역사를 이어가면서, 휴식, 산책 등의 일상과 축제, 행사 등의 비일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다가오는 이벤트 : 광화문 책마당, 2023 서울 페스타
4월 23일에는 '세계 책의 날'에 맞춰 광화문광장에 '광화문 책마당'이 조성될 예정이다. 광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책 읽을 생각을 하면 벌써 설레는 기분이다. 실내(광화문라운지, 세종라운지)와 실외(육조마당, 놀이마당, 해치마당)까지 총 5 군데서 거점으로 운영한다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2023 서울페스타 행사'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플리마켓부터 K-뷰티, 패션, 드라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와 체험 공간들이 마련된다.
날 좋은 봄날, 가족과, 연인과, 아이들과 손잡고 600년 역사의 현장에 지금의, 그리고 미래의 발자국을 꾸욱 남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