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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효 Jan 09. 2024

뜨끈뜨끈한 칼국수 열전

광화문 일대 칼국수 로컬 맛집을 찾아서

뜨끈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점심메뉴 선정은 직장인에게 꽤나 중요한 일이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이면 어김없이 후보로 등장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칼국수'이다. 요즘 높아진 점심 물가에 몇 안 되는 만원 이하의 소중한 메뉴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울에서 한 사람이 1만 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칼국수, 김밥, 짜장면, 김치찌개 4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비단 직장인 뿐이겠는가. 우리 가족은 면을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명동만 가면 '명동교자'를 간다. 부모님의 연애시절부터, 나와 동생을 임신했을 때도 가셨다. 최근에는 강원도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뒤풀이로 명동에 가서 명동교자를 먹은 적도 있다. 4명이 가면 1인 1 칼국수에 만두를 시키고, 사리와 김치 리필은 필수다. 그렇게 뱃속에서부터 칼국수를 먹었던 나 또한 대를 이어 단골이 되어버렸다.


칼국수는 국수의 반죽을 부엌칼로 썰어 뽑기 때문에 칼국수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면발이 상대적으로 두껍고, 국물에 면을 처음부터 넣고 삶기 때문에 국물 베이스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칼국수는 베이스 육수가 중요하다. 멸치, 해물, 바지락, 사골, 버섯 등 무엇이 주가 되느냐에 따라 시원한 맛을 내기도 하고 감칠맛이 나기도 난다. 하여 추운 겨울 광화문에서 직장인의 점심 단골 메뉴가 되는 칼국수 맛집을 육수별로 골라 보았다.

우리가족의 단골집 명동교자 (베이스는 닭육수이다. 칼국수+만두+김치 조합 추천!)




1. 옛날명동칼국수 (플래티넘 빌딩)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가길 28 플래티넘 빌딩 B1, 02-736-7773
월~금 10:30-20:00

플래티넘 빌딩 지하에 위치한 '옛날명동칼국수'는 칼국수를 종류별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보통은 '바지락칼국수'를 주문하는데 바지락 양이 정말 많다. 주문과 동시에 칼국수를 만드시는데, 기본찬으로 나오는 배추김치, 단무지무침, 얇은 진미채 볶음이 고소하고 달달하다. 마무리로는 요구르트를 하나씩 주시는데 입가심에 딱이다. 홀을 담당하시는 아주머니 말투에 츤데레 같은 다정함이 묻어있다. 곁눈질로 보다가 반찬이 떨어지기 전에 리필해 주시고, 서비스 밥과 콩물도 주셨다. 그래서 그런가 일행이 있는 테이블 외에도 혼자 와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 명동칼국수 (광화문시대)

서울 종로구 사직로 8길 42 벽산광화문시대 B1, 02-733-3066
월~금 11:00~21:00

플래티넘빌딩 지하에 옛날명동칼국수가 있다면, 광화문시대 빌딩 지하에는 '명동칼국수'가 있다. 상호가 비슷하기 때문에 빌딩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점심 약속했을 때 명동칼국수에서 보자고 했다가 서로 다른 빌딩으로 간 적이 있다.) 뽀얀 사골육수로 우려낸 칼국수도 맛있지만, 만두전골과 보쌈 정식도 맛있다. 점심에 보쌈 정식을 시키면 미니칼국수가 함께 제공된다.

위:만두전골, 아래: 보쌈정식(미니 칼국수가 함께 나온다.)


3. 국시방 (변호사회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길 13 변호사회관 B1, 02-720-6220

광화문역 1번 출구를 나와 변호사회관 지하 1층으로 가면 칼국수와 수제비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국시방'이 있다. 짜장면과 짬뽕 둘 다 먹고 싶을 때 짬짜면을 찾듯이, 칼국수와 수제비를 둘 다 먹고 싶을 때 찾는 집이다. 애호박과 바지락, 다진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칼칼한 맛을 낸다. 넉넉한 양으로 근처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서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기도 한다.


4. 바다 한가득(구. 택이네 조개칼국수)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길 29, 02-722-6666
매일 11:00~22:00

광화문역 8번 출구로 나오면 건물 보이는 곳으로 2,3층을 통으로 쓰기 때문에 단체로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택이네 조개칼국수'에서 최근 상호명이 '바다 한가득'으로 바뀌었다. 저녁에는 해물전골, 점심시간에는 해물칼국수가 메인이다. 점심시간에 처음 갔을 때 전골을 잘못 시켰나 했을 정도로 해물의 양이 많고, 해물을 먼저 건져 먹다가 면을 넣어 먹으면 된다. 열무보리 비빔밥이 무한리필이 되기 때문에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어 단골로 가는 곳이기도 하다.

위: 점심칼국수(해물 먼저 건져 먹다가 칼국수 면은 나중에 넣는다) 아래: 저녁전골(치즈에 해물을 찍어먹을 수 있다.)


5. 영양버섯칼국수 (신문로빌딩)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3길 12 신문로빌딩 B1, 02-722-8977
월-금 11:00-22:00, 주말휴무

'광화문 근처 만원 이하 밥집'으로 소개했던 곳이다. 세월이 묻은 건물 안에 있는 칼국수 집으로 노포 느낌이 나지만 칼국수 맛만큼은 기가 막히다. 매일 손반죽한 생면으로 칼국수를 만드는데, 칼국수에 버섯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얼큰한 맛과 함께 마지막에 볶아먹는 밥이 별미다. 어느 정도 칼국수를 먹고 나면 직접 볶아주시는데 밥에 양념이 잘 베어 들어 배불러도 결국 마지막 한 숟갈까지 끝내게 된다.




매년 1월 1일이면 떡국을 먹는다. 새해 떡국을 먹는 이유는 본래 긴 가래떡 모양의 떡국떡처럼 오래 살라는 장수 기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떡국이 아니어도 좋다. 기다란 칼국수를 먹으며 뜨끈하게 속을 달래고, 새해 장수를 기원하며 올 한 해 갑진년도 건강하게 맞이해 보자.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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