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는다 해도 얻을 수 있는 것)
지금 당신 앞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익숙하고 안정적이고 결과가 예측되는 길
또 하나는 전혀 정보도 없고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길
어떤 길을 선택하실 건가요?
매번 새로운 곳 혹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음식, 새로운 변화, 새로운 선택, 새로운 꿈 등 다양한 모든 순간순간에 도전을 즐기는 편입니까? 아니면 두려워하는 편입니까?
나는 모험을 좋아한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초등학생 시절 길을 잃어 미아가 될 뻔한 적이 있다. 친구와 단둘이 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 매일같이 부모님과 함께 가던 등산로였다. 당시 등산이라는 것에 낯설어하던 시기에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친구의 말에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자 어김없이 친구의 불안한 눈빛을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답하며 편한 옷차림에 첫 계단을 내 밟았다. 어느 시점쯤 올랐을 때 양 갈래 길이 나오는데 이미 알고 있던 약수터는 왼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야 나왔다. 도착 후 물을 한잔 마신 뒤 석양이 아름답게 질 때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아무리 가도 빠져야 하는 길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속에서 이상한 기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불안감과 긴장감, 황당함 그리고 설렘..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다. 해가 금방 어둑어둑해지고 산에서의 시간이 평소와 내가 알고 있던 시간과는 다르게 너무나 빨리 해가 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걸었을 때쯤 난 알았다. 우린 길을 잃었고 너무 많이 다른 길을 와버렸다는 걸..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고 너무 어두운 나머지 새까맸다. 그땐 공포감이 급속도로 몰려왔다. 때마침 다행히 그 어린 나이에 친구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다. 당시 핸드폰에는 손전등 기능이 없어서 액정 불빛으로 간신히 내딛는 발만을 비춘 채 한길로만 내리 걸었다. 선택을 해야만 했다. 돌아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약수터부터 다시 길을 찾아볼지 아니면 어디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가던 길로 무작정 가보는 것. 난 후자를 선택했다. 친구에게 가던 길로 쭉 가보자고 뭐라도 나오지 않겠냐고 설득 후 계속 걸었다. 한참을 걸었을 때쯤 불빛이 보였다. 한강이었다. 도심 속 아름다운 불빛들이 물가에 비춰 우리를 맞이해줬을 때 불안감, 공포감, 긴장감이 설렘과 안도감으로 바뀌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왜 영화에서 긴장이 풀리면 바지에 오줌을 싸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희망을 잠깐 맛볼 때쯤 더 이상 내려갈 길이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핸드폰이 있으면서 전화할 생각을 못 했다니! 유레카였다. 당장 아버지께 전화해 상황설명을 말씀드리고 약수터로 갈 테니 와달라는 말과 함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친구와 같은 얘기를 했다. “여긴 나중에 꼭 다시 와보자고 그리고 재밌었다고”
그렇게 아버지를 만나 집으로 돌아가서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한 뒤 먹는 집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몸이 고단해 밥이 달콤했던 건지 그날의 경험이 달콤했던 건지.
난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역시나 그 산을 올랐을 것이다. 많은 걸 배웠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무에 걸린 거미줄과 벌레를 뚫고 가는 것보다 새까만 어둠을 뚫고 가는 게 더 무서운 공포감이라는 것, 그 공포감이 불빛 하나로 인해 희망과 설렘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서 처음 맛본 가장 따듯하고 달콤했던 집밥, 친구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이 모험과 경험이 나를 한층 더 성장시켰다는 사실, 그리고 또 다른 달콤함을 계속 느끼고 싶다는 것.
그래서 나는 도전한다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림이 좋고 설렘이 좋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좋다. 여전히 내 인생은 선택의 반복이다. 중학교 때 처음 운동을 배울지 악기를 배울지부터 기타리스트라는 꿈을 접고 춤을 출지, 공부해서 대학을 가야 할지, 댄서로 하던 일 잘하며 살지 연예인이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지, 오디션 곡은 무슨 곡으로 할지, 회사에 남을지 옮길지, 가수를 할지 연기를 할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을지 말지, 이 사람을 믿을지 말지, 먹을지 말지, 돈으로 살지 말지, 책을 써볼지 말지 등 다양한 순간에 다양한 선택을 하며 산다. 확실한 건 새로운 선택엔 새로운 경험이 있다는 것. 새롭게 느낄 감정이 있다는 것.
물론 실패도 후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거기서 또 생각한다. 다음 집밥은 또 얼마나 맛있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