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에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편지
* 4년 차 조울증 당사자로, 2형 양극성 정동 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현재는 입원 없이 약물 치료하고 있으며, 철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1탄에서는 '정신과 상담, 의무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권리는 보장되고, 많은 이야기는 누출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저희 가족과 연인 제외하고 그 누구도 정신과에 다니는 것을 모릅니다. 그러니, 비밀이 누설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정신과 방문을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참고하시고, 2탄에서는 '보험, 유의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4. 보험 가입이 안 된다고요?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안 된다고요?"
정신과 상담을 앞둔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보험이 거절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말에 정신과에 가야겠다 마음먹고도, '혹시 보험에 불이익 생기면 어떡하지'하고 병원 앞에서 돌아선 분들도 꽤 계실 텐데요.
그건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보험 회사가 가입을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 등록'이나 '심신상실'같은 아주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입니다. 병원 몇 번 다녔다고 해서 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 진료 사실을 숨기면 나중에 고지 의무 위반으로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걱정되는 분들이라면, 실손 보험을 미리 가입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기존 실손 보험 가입자에게는 정신과 진료 기록이 실비 보험 청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며, 향후 보험 유지나 보험료 인상, 갱신 거절 등의 불이익도 웬만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저 또한 정신과 방문 전 실손 보험 가입했습니다.
특히 2022년 12월, 민간 보험회사의 F코드 차별 이슈가 계속되자,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이 'F코드 보험 차별 금지법'을 개정했습니다. 앞으로 우울증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5. 무서운 것은 '약'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면 내가 달라질까 봐 걱정됩니다. 특히 체중 증량은 자신감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입시를 오래 치렀던 저는 집중력 저하가 힘겨웠습니다. 책상에 앉아있어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무서운 마음에 단약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중독되면 어떡하냐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받지 않은 증상은 더 큰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치료받지 않은 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집니다. 특히 정신 관련 질환은 뇌 문제일 가능성이 높기에, 자연 치유 가능성은 낮습니다. (* 의지력 문제가 아닙니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는 고통은 약의 부작용보다 훨씬 큽니다.
물론, 나와 맞지 않는 약도 있을 수 있습니다. 초기 정신과 진료 시에는 약과의 궁합을 확인하기 위해 약물을 조정합니다. 그러나, 핵심은 '약을 아예 먹지 않는 것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조정 기간에 단약을 하면, 또다시 다른 약을 먹으며 약물 조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약물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딱 2주만 약을 먹어보시기 바랍니다. 증상이 서서히 개선되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여러분의 시작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 당신의 4년 뒤에서, 따뜻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