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이후로 나는 가정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아니, 만약에 한국에 있었다면 나는 복직을 했을 것이기에 나를 가정주부로 만든 요인은 바로 ‘미국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자라면서 내 미래를 그리고 떠올렸을 때, 단 한 번도 ‘가정주부’는 그 대상이 된 적이 없었다.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가, 판사가 되고 싶었다가, 방송 PD가 되고 싶었다가, 교사가 되고 싶었다.(교사를 선택하게 된 여러 가지 배경 중에 일과 가정의 양립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일’도 하고 가정도 잘 돌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전교 1등을 여러 번 할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했고, 특목고를 졸업했고, 원하던 대학, 원하던 직업을 이루었다. 학창 시절 학급 반장, 전교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걸 좋아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도전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살아있음을 느꼈으며, 일에서 오는 성취감도 즐기던 나였다.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확실한 커리어우먼,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는 워킹맘, 내가 그려오던 30대의 내 모습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가정주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