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휴직 후 갓난아이를 키우며 처음 주부로 살았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세상에 내가 내놓은 작은 생명체를 지키는 일만으로도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겨우 3kg 남짓하는 작은 아이가 나에게 주는 책임감이라는 무게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우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나의 작은 아기가 뒤집고, 기고, 걷고, 말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힘들지만 정말 행복했다.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직업이 가장 위대하다고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아이가 조금씩 뜀박질을 시작할 무렵, 남편이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면서 우리 세 가족은 가족, 친척, 친구, 지인 그 누구 하나 없는 낯선 땅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 것이다. 두려운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두려움 속에는 서툰 언어, 불편한 의료 시설, 부족한 수입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정작 앞으로 나에게 닥칠 ‘외로움’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