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리스쿨에 다니는 우리 딸. 유치원에서 나오는 급식이 꽤 별로다. 한국 급식과 비슷할 것이라 기대는 안 했지만 매일 냉동식품에, 통조림 과일에.. 한국 엄마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식단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위해서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싼다. 부족하지 않게 가득, 기분이 좋게 예쁜 도시락을 싼다. 아이는 매일매일 싹 싹 비워온다.
빈 도시락을 보고 깜짝 놀라는 내 모습을 보며 아이는 즐거워한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싸준 도시락이 이렇게나 맛있었구나.’
‘활동을 많이 해서 점심시간쯤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가 말한다.
“엄마, 주먹밥 조금이랑 포도 3알만 싸줘. 다른 건 안 싸도 돼.”
이제야 알았다.
도시락 반찬이 많으면 아이는 힘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도시락 반찬이 맛있어서, 또는 배가 고파서 싹싹 긁어먹은 게 아니었으니까.
빈 도시락을 보고 기뻐할 엄마를 생각하며 도시락을 열심히 비워낸 것이었으니까.
...
나는 이 아이에게 도대체 어떤 존재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