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점심을 제공해 주긴 하는데 급식이 꽤 별로다. 한국 급식과 비슷할 것이라고는 기대 안 했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매일 냉동식품에, 통조림 과일을 먹일 수 있겠는가.. 한국 엄마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식단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위해서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싼다. 부족하지 않게 가득, 열었을 때 기분이 좋게 예쁜 도시락을 싼다. 아이는 매일매일 싹 싹 비워온다.
아이는 장난기와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빈 도시락을 나에게 내밀고, 깨끗이 비워진 도시락을 본 나는 아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오버하며 깜짝 놀라는 리액션을 한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싸준 도시락이 이렇게나 맛있었구나.’
‘활동을 많이 해서 점심시간쯤 배가 많이 고픈가 보구나.’
그런데 오늘 아침, 아이가 말한다.
“엄마, 주먹밥 조금이랑 포도 3알만 싸줘. 다른 건 안 싸도 돼.”
이제야 알았다. 도시락 반찬이 많으면 아이는 힘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도시락 반찬이 맛있어서, 또는 배가 고파서 싹싹 긁어먹은 게 아니었으니까. 빈 도시락을 보고 기뻐할 엄마를 생각하며 도시락을 열심히 비워낸 것이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인 건 4살짜리 아이도 똑같나 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마음속에 숨겨진 감정이 내 아이의 행동을 지시하는 건 아닐까? 그게 맞다면 사랑을 받고, 마음속에 사랑이 내재된 아이가 다른 사람을 먼저 사랑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말과 행동을 더 자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쨌든 결론은 이것, 우리 딸은 나를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난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거다. 우리 아이가 자라며 내가 줬던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많이 나누며 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