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교수로 일하세요?

by 작가 다영

언어가 서툰 것에서 오는 몇 번의 좌절감을 느끼고 나서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어도 내 딸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라는 미국에서의 내 첫 번째 목표가 생겼다. 언어가 불편해서 겪는 어려움, 불편함, 부끄러움 등은 성인인 나에게는 어느 정도 괜찮았다. 서른 가까이 된 나이에 처음으로 영어권 국가에 왔기 때문에 영어가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불이익 또한 힘들지만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였다. 적어도 우리 딸에게는 불이익이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내 딸에게 언어에 자신이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부끄러워하고, 언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 딸도 나와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했다. 엄마이기에 생긴 영어 공부에 대한 이 강한 동기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 중이다.

나의 영어 극복기는 생각보다 순탄하게 시작되었다. 운이 좋게도 딸이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추첨으로 뽑혀서 다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를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는 영어 수업을 찾아다녔다. 외국인 학생들이 꽤 있는 대학 도시라 그런가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영어 수업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영어 수업을 찾아 듣고, 미국인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하고, 미드를 보며 열심히 쉐도잉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것 같다. ​꾸준한 노력 덕분인지 몇 개월 뒤 다시 찾은 소아과에서 우리 아이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을 70%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성취감이었다. 미국에 온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였나? 아이 진료를 봐주는 의사분께서 나에게 “혹시 여기 대학교 교수로 일하시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를 다른 동양인 여자와 착각해서 한 질문일 가능성이 높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이고 기뻤다. 여전히 부족하디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내 영어를 듣고도 교수로 일을 하냐고 물어보았다는 사실에!! ‘나 자신, 성장하고 있구먼? 날 교수로 착각했어~~?’ 들뜬 마음에 남편에게 신나게 자랑했다.


스스로 무언가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혹은 무언가를 정말 잘하고 싶고 배우고 싶다면 나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숨이 차고, 근육통을 느낄 정도로 운동을 해야 혈액순환이 잘 되고 근육이 자리를 잡듯이 나 자신을 불편하게 굴려야 한다. 가정주부 특성상 내가 하는 일들은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그리고 나처럼 혼자 있게 되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매일 반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려운 걸 알지만! 그래도 이 늘어지고 귀찮은 감정에서 벗어나 움직이고 활동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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