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대한 깊은 좌절감은 의외로 부족한 ‘나의’ 영어실력에서 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부족한 영어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사는 곳은 미국의 아주 작은 도시였지만, 그래도 그곳에 사는 한국인들이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 분들 중에는 미국에 1~2년 짧게 사신 분들부터 30~40년 인생의 반 이상을 사신 분들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성인이 된 후 미국 살이를 시작하신 분들은 대부분 영어가 100% 편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열심히 노력하면, 영어 공부를 많이 하고 많이 쓰면 영어에 대한 불편함이 전혀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며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전혀 없는 생활을 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그리고 내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 왔다. 내가 맞닥뜨린 언어 장벽은 일시적인 것이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믿음 하나로 열심히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곤 했었다. 하지만 현실을 봐버렸다. 내 미래를 봐버렸다. 나는 영어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만큼, 보통 사람만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계속 사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 언어가 어눌한 채로 남은 날을 살아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