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 보면 이 나라의 장점과 단점이 잘 보이는데 이 장단점들은 한국과 굉장히 대조적이다. 미국 살이의 장점 중 하나는 이곳이 아이 키우기 참 좋다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어느 곳을 가든 환영을 받는다. 사람들이 배려해 주고, 아이를 보고 웃어주고, 아이에게 말을 건다. 어찌 말릴 수 없었던 형형색색의 만화 캐릭터 옷을 입고 다니는 우리 딸에게 마트에서 마주치는 미국 아주머니들은 “I love your beautiful dress. Are you Elsa?" 하며 칭찬을 해준다. 그런 칭찬을 들은 우리 딸은 기분이 좋아지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마트 계산대 직원이나 보안관들은 아이를 만났을 때 장난스럽게 인사하며 스티커를 꺼내 나누어 주신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스티커를 여기저기 붙이며 즐겁게 논다. 아이와 함께 식당에 외식하러 가면, 대다수의 식당에서 아이들을 위한 크레용과 색칠 종이를 제공해 준다. 기다리는 동안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것이다.
한 번은 마트 계산대에서 딸이 드러눕고 울며 떼쓴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싶어 달래느라 진땀 빼고 있을 때,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웃고 있었다. 어떤 분은 자기 아이도 어릴 때 똑같이 그랬다며 이때가 그립다 하셨다.
가끔은 미국 어른들이 여전히 마음속에 동심을 지키고 살아가는 듯하다. 부활절에는 아이들을 위해 'Easter Egg Hunt'라고 집 마당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넣은 플라스틱 달걀을 숨겨놓고 찾는 게임을 한다. 가을이 되면 온 집들이 가을 분위기로, 핼러윈 분위기로 탈바꿈을 한다. 집 꾸미기에 어찌나 진심인지 동네 산책할 때 집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핼러윈 저녁이 되면 작은 간식거리들이나 장난감을 바구니 속에 준비해 놓고 집에 찾아 올 아이들을 기다린다. 꽤 많은 분들이 코스튬을 입고 아이들을 기다리시는데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까지 정말 즐겁다. 핼러윈이 지나면 이젠 또 크리스마스. 온 집들, 온 거리가 반짝거린다. 집집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쿠키를 굽는다. 아이가 있는 집들은 산타할아버지께 드릴 쿠키와 우유를 트리 밑에 두고 자면 다음 날 쿠키와 우유는 사라지고 선물이 놓여있다.
곳곳에 공원은 또 어찌나 많은지.. 땅이 넓은 나라의 장점이 이런 것인가 싶다. 공원마다는 놀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논다. 한국이었다면, 이 정도 크기의 공원이라면, 분명 사람들이 넘쳐났을 것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공원이 붐비는 일이 거의 없고, 대부분 한적하다. 공원에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바비큐를 해 먹으며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구나. 이렇게 자주 웃을 수 있구나. 이렇게 아이들이 사랑받을 수 있구나.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구나. 아이들을 위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어른들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신기한 깨달음을 많이 느낀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에게 조금 더 관대하면 좋겠다. 아이를 행복하고 바른 어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미국에 살고 나서 깨달았다. 버릇없는 아이들의 부모를 욕하기 전에 나는 어떤 어른인가를 생각해 보길. 아이가 길 가다 마주치는 모든 어른들, 학교에서 만나는 어른들, 관공서에서 만나는 어른들, 마트에서 만나는 어른들, 옆집 어른들, 공원에서 만나는 어른들, 쇼핑몰에서 만나는 어른들 그 모두가 그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우린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할 책임이 있다. 다음 세대가, 그다음 세대가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 다양한 어른들에게서 사랑과 관심, 친절을 받은 어린이들이야말로 더욱 행복하고 유능하고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