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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15. 2024

나는 미국에 사는 가정주부입니다 (5)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어도 내 딸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해야겠다’하는 첫 번째 목표가 생겼다. 언어가 불편해서 겪는 어려움, 불편함, 부끄러움 등은 성인인 나에게는 괜찮았다. 서른이 다 된 나이에 처음으로 영어권 국가에 왔기 때문에 영어가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불이익 또한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였다. 적어도 우리 딸에게는 불이익이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내 딸에게 언어에 자신이 없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엄마이기에 생긴 영어 공부에 대한 이 강한 동기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 중이다.

나의 영어 극복기는 생각보다 순탄하게 시작되었다. 운이 좋게도 딸이 대학 캠퍼스 내에 있는 데이케어에 추첨으로 뽑혀서 다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를 매일 아침 데이케어에 보내고 나는 영어 수업을 찾아다녔다. 외국인 학생들이 꽤 있는 대학 도시라 그런가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영어 수업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영어 수업을 찾아 듣고, 미국인 친구를 사귀고,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하고, 미드를 보며 열심히 쉐도잉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것 같다.

꾸준한 노력 덕분인지 몇 개월 뒤 다시 찾은 소아과에서 우리 아이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을 70%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성취감이었다. 하지만 그 짜릿함이 깊은 좌절감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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