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또 참 신기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민자들이 인종, 언어, 문화 상관없이 서로 존중하려 노력하며 섞여 살아간다. 나만의 자아정체성과 우리만의 문화를 지키며 일을 하고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 이 사실이 나에게 큰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왜 꼭 완벽해야만 해? 난 이미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잖아. 두 번째 언어까지 완벽하지 않아도 돼. 살아갈 수 있는 정도만 익히면 되지.’
미국 살이가 점점 길어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이런 생각이 나를 찾아왔다. 왜 그동안 나는 내 삶의 전반에서 완벽만을 추구하며 살았을까 싶었다. 어느 정도 내려놓으면 마음도 편하고 더 쉽게 만족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나는 완벽하려는 욕심을 버렸다. 나의 부족한 점을 매일 조금씩만 채워나가면 된다. 그리고 부족해도 괜찮다. 그 또한 결국 나니까. 그 또한 내 정체성이니까.
그렇다, ‘정체성’
해외에서 외국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가정에서는 이 단어를 아주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