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요리사, 아빠는 공부사
우리 딸이 3살 무렵 종종 하던 말, “엄마는 요리사, 아빠는 공부사”
엄마는 항상 요리를 하고, 아빠는 항상 공부를 하니 조그마한 아이의 눈에 엄마의 직업은 요리사가 되었고, 아빠는 공부사가 되었다.
남편이 박사과정 내내 열심히 연구한 만큼, 나는 내내 열심히 요리를 해댔다. 한식당 하나 없는 시골 마을, 다행히도 구멍가게만 한 아시안 식료품점이 하나 있어 귀한 한식 재료를 조금씩 구해다가 요리를 할 수 있었다.
해외에 사는 가정주부는 한국에 사는 가정주부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요리왕’이 된다. 집에서 치킨과 돈가스를 튀기고, 갈비탕, 육개장, 돼지국밥을 끓여내고, 온갖 종류의 김치를 담그고, 빵을 굽고, 떡을 만든다. 한국이었다면 너무나 쉽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너무나 쉽게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밑반찬들을 이곳에서는 내가 먹고 싶으면 만들어야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나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혼자 밥 먹는 시간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해(?)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라면을 끓이고, 삼겹살을 굽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오므라이스를 만들고..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나의 요리 인생이다. 대학 시절에는 ‘한식 조리 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어쩌면.. 먼 훗날 미국에서 주부로 살아남으라는 신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여하튼 그렇게 다져진 나의 요리 실력을 이곳 미국에서 열심히 발휘 중이다. 짜고,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넘쳐나는 이곳 미국 땅에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요리사, 영양사로 사명을 다한다.
그리고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집밥 하는 게 돈 아끼는 거고, 결국 돈 버는 일이지, 뭐..’
얼른 경제활동도 하고 싶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