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氣存內 邪不可干
타인의 언어가 마음의 평화를 위협할 때가 있다. 누군가 가볍게 던진 말이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처럼 내게는 커다란 마음의 파문을 만들 때가 있다. 상대는 말을 하는 순간 잊어버리지만 내 안에 던져진 말의 씨앗은 싹을 틔운다. 중요한 건 내가 부정적인 말의 씨앗을 그대로 씨앗으로 던져버릴 것인가 아니면 내 안에서 굳이 가꿔서 싹을 틔울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부정적인 언어의 씨앗이 들어올 때 그 씨앗을 키울 것인가 선택하는 것은 내 몸의 토양이다. 여기서 필요한 건 그 씨앗을 바로 내 토양에 심지 않는 것, 다시 말하면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말과 자존감을 연결하지 않는 것, 말한 사람이 던진 씨앗은 그 사람의 상태의 표시일 뿐 나의 가치를 규정할 수는 없다. 주도권을 내가 다시 갖고 오는 순간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나의 토양에 그 어떤 상처도 내지 못한다.
한의학에는 “正氣存內 邪不可干(정기존내 사불가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정기(正氣)가 충실하면, 외부의 사기(邪氣)가 쉽게 침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도 누구는 감기가 걸리고 누구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갖고 있는 정기(正氣) 의 차이, 바로 면역력의 차이이다. 이 개념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적 자존감이 정기(正氣)로 단단할 때에는 타인의 언어가 내 안으로 들어와 싹을 틔우지 못하지만 나의 중심이 흔들리고 마음의 정기(正氣)가 부족할 때는 작은 말의 씨앗도 내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난다. 마음의 정기(正氣)는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내가 나에게 심고 가꾸는 언어의 씨앗이 무엇인가에서 온다. 결국 몸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면역도 결국 문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기(邪氣)보다 내부의 정기(正氣), 내부를 지탱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상처받는 이유는 감정을 곧 사실처럼 오인하기 때문이다. 상처받는 주관적인 경험은 감정이고 누군가 어떤 말을 했다는 객관적인 사건은 사실이다. 이 둘을 구분하면 감정이 사실을 잠식하지 않는다. 감정을 인정하되, 감정이 내 장점을 부정하는 증거가 되도록 두지 않는 것. 이 경계가 마음의 여유를 만든다.
마음의 경계가 그 방어막을 지키지 못하면 자율신경이 먼저 반응한다. 심장은 빨라지고 잠들기 힘들어지고, 소화가 잘 안되고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다. 여기저기 염증반응이 생겨나고 감기에도 잘 걸리게 된다. 임상에서는 이런 환자들을 흔히 본다. “별 말 아닌데 자꾸 생각나서 잠을 잘수가 없어요.” “몸은 괜찮다는데 저는 괜찮지 않아요.” "검사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저는 죽을 것 같이 아프고 힘들어요." 마음의 정기(正氣)가 약해진 틈으로 몸의 정기(正氣)까지 함께 무너진 결과이다. 그래서 마음의 경계를 지키는 일은 심신 전체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상대이 무심코 던진 부정적인 말의 씨앗이 나의 토양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나의 마음의 정기를 지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반응이 아닌 선택을 한다.” “들어오는 말보다 남겨둘 말을 내가 고른다.” “내 안의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 스스로의 토양을 잘 가꾸고 마음의 정기(正氣), 마음의 경계를 지키는 나의 언어이다.
타인의 언어는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언어가 나의 토양 안에서 자라는 방식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정기(正氣)가 지키는 마음은 쉽게 사기(邪氣)를 허용하지 않는다. 외부의 소음보다 그 소음을 걸러내는 나의 태도가 마음의 평화를 결정한다. 어떤 씨앗을 내 안에 키울지는 내가 결정한다. "正氣存內 邪不可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