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길거리에서 들국화 한다발을 샀다.
“종류별로 섞어주세요…”
딸아이가 좋아하듯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그리고 짙은 자주색까지 모두 섞어 한다발을 만들었다.
여름, 지겹게만 내리던 비가 조금씩 수그러들고
이제 조금씩 하늘이 높아지려나.
연휴의 시작, 저녁나절 아이들과 바라본 하늘에서
너무도 가까이 보이던 보.름.달.
“엄마, 우리 저기에다 소원 빌자”
“무슨 소원?”
“우리 엄마 밥 잘먹고 건강하라구”
늘 아이들에게 내가 하던 말, 왜 이렇게 맘이 싸할까.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으로 안정될수록
어깨를 눌러오는 책임감,
내 삶에 대한 그리고 주위의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감
여유로울 수 있는 넉넉하게 베풀수 있는 그런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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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의 어렸던 딸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었다. 치열했던 중고등학교 사춘기의 긴 터널을 지나 어느덧 제 몫을 해낼 만큼 부쩍 커버렸다.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던 그 때의 40대는 한참 젊은 나이였을 뿐.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촉했던 시절. 그땐 왜 그리 빨리 달리고 싶었던 걸까. 결승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었다. 그냥 살아가는 동안 천천히 걸어가는 법을, 그 걸어가는 순간을 즐기는 법을 이제라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