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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렌 Dec 01. 2022

멈추지 않기

#그림수필 #그림일기


   일찍 눈이 떠졌다. 유쾌하거나 개운한 아침은 아니었다. 간밤에 COVID-19 백신을 접종했기에, 몸이 좋지 않았다. 벌써 네 번째 접종인데도 유달리 아프다. 멍석말이를 당한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접종 부위가 뻐근해 팔을 들 수 없었다. 조금 더 잠을 청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한 나는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부자리에서 억지로 빼냈다. 홍차 시럽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밀크티를 만들고, 감기약을 세알 삼켰다. 으슬한 몸을 데우려 보일러 온도도 높였다. 감기약 덕분일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몸 상태가 한결 좋아졌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선향을 태우고, 가볍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새로 산 프리즈마 6B 연필을 이용하여 손을 풀 듯 드로잉을 몇 장 하고, 아이패드를 켜서 그림을 그린다. 영원이란 없다고 믿지만, 그림에 대한 나의 애정만큼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조금 미울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사랑에 기반한 욕심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그림을 그릴 때가 행복하다. 그러니 나는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오늘 완성한 습작은 나에겐 매우 익숙한 주제다. 먹구름 짙은 하늘과 푸른 파도가 밀려 들어오는 해변.


해변 습작 (이세렌 作)

   3개월간의 휴식, 마침표가 보인다. 열흘 후면 회사에 복귀한다. 지난 3개월은 천천히 돌아보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퇴사 후의 루틴을 정하고, 실제 실천 가능한 것인지를 시험해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꾸준히 그림일기를 쓰는 것이다. 낙서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별 것 아닌 일상과 순간의 감정을 글로 남긴다. 그리고 그 글에 제목을 붙인다. 오늘 쓴 이 글의 제목은 무엇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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