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과 생각과 마음
마음에 던진 돌, 희망을 보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마치 치매처럼 어느 날 마음의 병은 찾아옵니다. 찾아올 때는 슬며시 찾아오지만 뜻대로 슬며시 떠나가지 않고 안간힘을 쓰며 저희를 붙들고 있습니다. 그것이 마음의 병입니다.
어느 날은 공황이 찾아와 발작 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심장은 조여 오고 식은땀이 흐릅니다. 손발이 떨리고 원치 않는 생각들이 미친 듯이 솟아납니다. 다행히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은 별개입니다. 공황은 그저 뇌의 오작동에 불과합니다. 이 모든 생각들은 거짓입니다. 이 생각을 떠올리자 저를 괴롭히던 온갖 생각들이 무너집니다. 공황은 그렇게 잦아듭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이제는 심장이 조여 오면 '또 오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나면 여지없이 식은땀이 나고 온갖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허상임을 다시 한번 주지합니다. 생각들이 무너지고 공황이 잦아듭니다.
이렇게 저는 하나의 생각을 무기처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각들을 솟아나게 만드는, 저 밑에 깔려있는 무의식입니다. 무의식에 자리 잡은 마음입니다.
마음은 수많은 물감을 풀어놓은 호수 같습니다. 어느 곳은 노랗고 어느 곳은 붉습니다. 어느 곳은 검습니다. 전체적으로 그것은 다양한 색깔의 집합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한 색깔에 잡아먹히면, 우리에게는 마음의 병이 생깁니다.
저는 마음의 병과 오랫동안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여기저기 도움을 동냥하러 다닌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저의 호수가 검게 물들어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 검은 표면에 가려진 수많은 색깔의 마음들은 빛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와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 호수를 들여다보지 못한 채 허송세월한 제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안의 호수는 자신을 바라보는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몇 번이고 그것이 쏘아 올린 생각에 긁히고 찔렸습니다.
검은 호수의 표면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호수는 호수일 뿐이다'라는 사실을 주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호수에게 던진 돌입니다. 그것은 넓고 깊은 호수에 닿아 흔들림을 만들어냅니다. 흔들림 속에서 저는 아직 호수 안에 여러 가지 색깔들이 있음을 희미하게 보았습니다. 희망을 보았습니다.
저는 마음의 병과 오랫동안 싸워왔습니다. 이제 그 실체를 알고 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을 쏘아대는 호수에게 돌멩이를 던지며, 저는 마음의 병과 싸우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요. 마치 외딴섬에 갇혀있던 소년이 배 한 척을 발견한 것과 같은 기쁨일 것입니다. 이것을 사람들이 '희망'이라고 부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