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고생 몸고생
내 직장에 맞춰 이사를 오는 상황이라 남편의 희생이 뒤따랐다.
집을 계약하기 직전에 막 이직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위치가 일산이었다. 해당 회사는 너무 이상해서 금세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번에는 양재였나 강남이었는데 역시 이사 간 동네에서 너무 멀었다. 그리고 그 회사는 생각지 못한 출장이 참 많았다. 출장도 참 방방곡곡으로 다녀야 했고, 횡성.. 이런 곳까지 차를 끌고 가야 했다. 남편은 덩치도 큰 데다 운전도 안 즐기는데 경차를 타고 다니려니 불편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곳도 계속 다닐 곳이 아니었다.
남편은 날 위해 이사했지만 새로운 곳으로 왔다는 불안 및 본인의 직장 불안이 점점 커져갔다. 남편은 평생 이사를 거의 다니질 않아서 이사 자체를 나보다 더 큰 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다음 회사는 또 일산이었다. 남편이 하는 일이 일산 파주 이쪽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자차로 출퇴근 러시아워를 견디며 다니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심지어 가서 자차로 근처를 오가야 했는데 비포장 길이라 우리 차가 고생을 했다.
우리 차는 연식이 좀 되었고 차를 자주 끄는 편이 아니라 매일 출퇴근을 하는 데다 비포장 도로까지 달리다 보니 차가 자꾸 하나 둘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여기도 아닌 것 같다며 그만두었다.
나는 사실 이직 얼른 하라고 압박을 주긴커녕 천천히 알아봐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스스로가 압박과 불안이 너무 크다 보니 어서 직장을 잡고 싶어 했다. 열심히 일하려는 자세는 고마웠는데 운이 나쁘게도 가는 곳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우리가 이사 간 지역에 갈만한 회사가 있으니 지원해 보라고 알려줘서 또 한 번 더 도전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집과도 그다지 멀지 않고, 규모도 있고, 경험과 능력도 살릴 수 있는 곳에 가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3개월 정도의 시간이었나… 하지만 우리 둘 모두에게 참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몸과 맘이 편해져 좋았지만 남편은 그러지 못했고, 내가 훨씬 상황이 좋아졌다는 데에는 남편도 만족스러워했지만 본인은 괴로워진 상황.
회사 생활과 이직은 참 이토록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부인 통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우리 부부는 전혀 낯선 곳에서 서서히 보금자리를 꾸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