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진 삶
내 직장 거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한 이사였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나는 이제 아침에 버스-기차-셔틀버스 이렇게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줄어들고, 피로도가 낮아졌다. 버스마저 안 타게 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버스로 10분이면 도착하고, 거의 밀리는 일 없으니 시간을 맞춰 다니기도 어렵지 않다.
기차를 타는 시간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광명부터 서울역까지는 지척이지만 고속으로 달리지 않고, 용산까지 들르면 15분~20분은 더 걸리게 되니 훨씬 나아진 셈이다. 그러니 기차를 서서 타는 날에도 부담이 덜하다.
그리하여 이래저래 꽉 찬 편도 2시간의 통근 시간은 1시간 10분~20분으로 줄어들었다. 시간으로 보면 여전히 긴 시간이고, 뭔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만 내 체감으로는 상당히 편해졌다.
일단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안 타니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없어서 피로감이 덜해졌다.
그전에는 워낙 멀어서 아무리 일찍 출근해도 한계가 있었는데, 유연근무로 기차 시간에 맞추고, 러시아워를 피해서 출퇴근을 하는 식으로 좀 더 편안하게 다니게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은 코로나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몰릴수록 전염병은 잘 퍼지니까 유연근무 제도가 보다 널리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다. 특히 이 기간에 나처럼 멀리,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배려해 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침에 조금 더 잘 수 있게 되었고, 겨울이면 해도 뜨지 않는 시간에 너무너무 추운 시간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저녁에는 칼퇴해도 집에 오면 8시가 가까웠지만 이제는 7시 조금 넘으면 도착할 수 있으니 덜 피곤하고, 일찍 저녁도 먹을 수 있고, 그만큼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새로 이사한 곳에서 코로나가 터져 겨우 시작했다가 관둬야 했던 요가원도 등록해서 일 끝나고 다니기 시작했고, 집 근처에 바로 안양천이 있어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시간도 마음껏 누리게 되었다.
여전히 서울은 갈 때마다 복작거리고 설레고 재미있는 곳이지만, 사람이 적고 붐비지 않고 자연이 더 많고 편의시설은 조금 부족한 곳으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고, 쳇바퀴처럼 답답하게 굴러가던 일상에 새로운 변화이기도 했으니 더 좋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확 체감할 수 있었다. 왜 긴 통근시간이 사람에게 해로운지 조금 멀어지고 나서야 느낄 수 있게 되었달까? 물론 지금도 쉬운 출퇴근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정말 훨씬 삶이 나아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로 인해 갑자기 타지로 이사하게 된 우리 남편은 속앓이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