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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Nov 19. 2024

내 집을 찾아줘 2

어른 라이프

큰 일일수록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결혼이든 내 집 마련이든 나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이가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하여도 그 이외에 필요한 모든 상황이 또 잘 맞아떨어져야 하기 마련이다. 


집은 우리가 생활을 하고, 일을 하러 가기 위해 거점으로 삼는 곳이므로, 가족 구성원마다 각자 다른 필요를 충족해야 하는 곳이므로 참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다.


우리가 본 집은 지역적으로 나의 출퇴근에는 좋았지만, 우리 남편의 경우 출퇴근이 멀어지는 상황이었고, 막 이직을 한 상태였는데 이직한 회사가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한 것과 달라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결국 남편은 이사를 한 뒤에 그 회사를 관두고 전혀 새로운 지역에서 일을 찾아야 해서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


이 집을 고르게 된 이유는 우선 생각지 못했던 넓은 평수였다. 사람 눈이 간사하다고 하는 게 넓은 집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쿵덕거리고 참 좋게 느껴졌다. 살던 집은 30년 구축의 17평이었으니 그 보다 훨씬 넓어진 30평 아파트는 대궐 같았다. 연식은 좀 있었지만, 베란다가 광폭으로 유행하던 시절의 아파트라 그 베란다를 확장해 놓은 거실은 정말 운동장이 따로 없었다. 


무엇보다 살고 계신 집주인이 집을 잘 고쳐 놓고 살고 계셨고, 어르신 두 분이셨는데 고향 집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계시고, 다른 부득이한 사정으로 수리한 집에서 생각보다 빨리 나가시게 되었다는 사정이었다. 


가격면에서도 같은 아파트의 수리하지 않은 집과 큰 차이가 없었고, 여러모로 우리에게는 마음에 와닿는 집이었고, 짐을 다 빼고 도배와 장판을 하러 보러 갔을 때에도 큰 하자도 없었고(자잘하게 맘에 안 드는 것은 물론 많다) 많이 더럽지도 않았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급격히 솟아오르는 걸 지켜보며 전전긍긍하던 몇 개월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단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전 집의 거실만한 안방에 둘이 누워있으니 둘이 이렇게 널찍한 곳에 살게 되다니 꿈같기도 하고 그랬다.


우리는 인테리어를 할 여유 비용은 없어 도배와 장판을 발품 팔아 알아보고 한 뒤 포장이사를 바로 진행했다. 사실 이렇게 쓰니 간단하게 이루어진 것 같지만, 둘 다 일을 하는 상황에서 돈을 아끼려면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발로 뛰는 일이 생기는데 참 쉽지 않았다. 거기다 우리는 초짜니까 뭐 하나를 할래도 휘둘리는 기분이 많이 들었다. 은행도, 부동산도, 도배와 장판도.. 삐약이가 세상의 고수들을 상대하던 기분. 끝판왕은 전에 살던 집에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 


우리 돈 주고 달아놓은 도어록은 두고 가겠다 하니 그건 덥석 좋아라 해 놓고, 우리가 2년 전에 들어갈 때 도배도 새로 했고, 어디 흠집도 하나 없고(집주인도 보고는 괜찮다고 했고) 그런데 짐을 한 톨도 안 남기고 다 빼야 돈을 입금해 주겠다더니(보통은 절반쯤 빠지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가 짐을 다 빼고 이사 갈 집 쪽에서는 잔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점심밥을 먹고 오겠다고 사라졌고... 


전에 살던 집의 집주인 분도, 새로 이사 간 집의 전 주인분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정말 너그러우셨고 젊은 사람들이 집 샀다고 축하도 해주셨다. 여러 부동산을 돌아다닐 때 우리가 젊다고 무시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젊으니 더 적극적으로 집을 알려주시는 분도 계셨고, 새로 바뀐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상담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 


지금 집이 우리의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살다 보니 그때는 맞았으나 지금은 틀린, 혹은 그 반대의 일도 있으니까. 


어른의 삶이란 하나도 쉽지 않다는 것을 부딪히며 몸소 느꼈다. 그래도 남편과 나 둘이 무언가 해냈다는 기분이 참 좋았다. 사소한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 가며 도장 깨기 하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모든 것이 끝났을 때에는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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