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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May 13. 2024

리비우에서의 발견 : 전쟁 이전의 우크라이나를 추억하며

리비우의 기억: 전쟁의 전조, 평화로웠던 도시의 모습

주의: 본 여행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에 다녀온 것으로, 여행기와 현재 상황은 다를 수 있음. 2024년 5월 기준 우크라이나 전역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되어 있다.


평화로운 시절의 우크라이나 여행을 돌아보며


이번 여행기는 지난 우크라이나 서부 방문의 경험을 돌아보며 추억을 되새기고자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많은 시련을 겪고 있지만, 여행 당시의 평화로웠던 풍경과 따뜻했던 인간미를 기억하며 이 여행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여행기를 통해서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떠나, 그때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고, 희망을 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캅카스에서 우크라이나 서부로: 새로운 모험의 시작


바쿠의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화려한 야경의 도시


이 여행은 지난 캅카스 3국 여행기의 마지막, 아제르바이잔 여행기에서 이어진다. 아제르바이잔을 구경한 후, 이전 우크라이나 여행에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서부 지역을 탐험하고자 결심했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리비우로 가는 직항 편을 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 항공편은 특정 시기에만 운영된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날짜가 맞아 리비우까지 환승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을 떠나 우크라이나의 리비우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져 있었다. 보통은 밝은 낮에 도착하기를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저녁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리비우를 제대로 즐길 틈도 없이 숙소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리비우: 우크라이나의 심장


리비우는 지도상으로 우크라이나 서부에 위치한 도시다.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 도시이며, 우크라이나의 7번째로 큰 대도시다. 리비우는 최초 13세기에 건립된 이후 도시의 소속이 폴란드, 러시아, 독일 등 여러 번 바뀌었다. 그래서 독일어로는 '렘베르크', 폴란드어로는 '르부프', 러시아어로는 '리보프' 등 여러 언어로 이 도시는 불리고 있다. 그중에서 리비우는 폴란드의 지배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기 때문에 도시에서 폴란드풍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문화의 수도이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의 중심지이며, 전쟁 전에도 반러시아 감정이 강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거리가 박물관인 도시, 리비우


다음 날 숙소에서 일어난 후, 리비우의 거리를 탐험하기로 했다. 리비우는 특정한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유산 같다. 도시의 중심부는 각종 역사적 건물과 문화적 명소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표지판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숙소 근처에 있는 리비우의 구 시가지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아니 세계적인 보물이다. 이곳에는 우크라이나 문화와 결합된듯한 폴란드와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받은 건물들이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문화의 조화는 리비우가 자랑하는 특징 중 하나다.


도심 속 이방인이 된 독특한 경험


오래된 건물 사이로 트램과 버스가 지나가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나는 눈에 띄는 존재였다. 리비우에서는 동양인 여행객이 드물어, 나는 종종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동양인이 항상 많은 건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특히 다른 사람에 눈에 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리비우가 푸틴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는 방법



리비우의 구 시가지를 거닐며 발견한 것 중 하나는 시가지의 기념품점에서 판매하고 있던 특별한 물건이었다. 바로 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얼굴이 그려진 화장실 휴지다. 이 기념품은 리비우의 민족적이고 반러시아적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전쟁 전에도 러시아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그저 웃으며 넘겼던 이러한 적대심이, 실제로 전쟁으로 이어지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비록 크고 작은 국경의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들의 감정이 단순한 반감을 넘어선 실제의 충돌로 발전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한다.


우크라이나 서부 탐험의 서막


리비우의 첫날은 예상치 못한 발견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시가지를 거닐며 그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목소리와 현재의 울림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의 경험은 리비우의 깊이를 더 맛보기 위한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앞으로 더 많은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유산이 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을 기대하며, 리비우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깊이 탐험할 준비를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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