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박물관? 아니, 지금도 전쟁 중인 나라 이야기
3월 마지막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입니다. 이 날은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우리 국군 장병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전쟁이 끝난 줄 알았지만, 여전히 긴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시점에 소개하고 싶은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입니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대한민국 최북단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넘기 위해서는 출입신고와 안보 강의를 이수해야 하고, 차량 검문소를 거쳐야만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절차 자체가 아직도 우리가 분단된 나라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신고서를 들고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으면, 다시 차량에 올라탑니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민통선 도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곧 군 검문소가 나옵니다.
검문소에서는 신분 확인과 함께 입장권과 신고서, 차량 탑승 인원 확인이 이뤄집니다. 간단한 차량 내부 확인도 있습니다.
이 모든 절차는 단순하지만, 군사작전 지역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몸으로 실감하게 만듭니다.
검문을 통과하면 차량에 붙여준 민통선 출입증을 받고 다시 주행을 시작합니다. 이 순간부터는, 창문 밖의 풍경이 달라집니다.
초소와 철조망, 통신 안테나, 그리고 드문드문 등장하는 병영과 경고판. 한반도 최북단, 휴전선 가까이로 들어가고 있다는 실감이 듭니다.
10여 분쯤 달리면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마침내 시야가 트이고, 그 너머로 북녘이 보입니다. 구 통일전망대 옆에는 2018년에 개장한 신 통일전망타워가 우뚝 서 있습니다. 4층까지 올라가면 북한의 땅, 산, 마을, 도로, 군사시설까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멀리 금강산 자락이 보이고, 저 멀리 희미하게 북한의 마을도 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짜 마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꾸민 듯한 건물들. 이곳에서 보면 북한 체제의 허상을 눈으로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망대 아래에는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상, 김대건 신부상 그리고 그 옆에는 불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한반도 북쪽을 향해 세워진 이 상징물들은 단순한 종교 조형물이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북한 체제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이자,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전망대 인근에는 6·25전쟁 전시관도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쟁의 발발부터 정전까지의 전개 과정, 그리고 참전국들의 지원과 민간인의 희생까지를 정갈한 전시와 설명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발은 단지 말로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이 실시간 감시와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해군 장병들의 이름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말하지만, 그 기억은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데에 그쳐선 안 됩니다. 그들의 희생은 여전히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안보 현실의 일부입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땅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알려줍니다. 저 멀리 금강산 자락 아래로 이어지는 선은 휴전선일 뿐, 전쟁이 끝났다는 평화의 증표는 아닙니다.
고성 통일전망대는 이 나라가 지켜온 평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엇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의미가 있는 장소.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꼭 한번 기억하고 싶어서 이곳을 소개합니다.